[주민정 칼럼] 장애인 근로자의 채용 다음 걸음,
일터 적응은 준비되었나

지난 10월 2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은 내년도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늘리는 계획을 알렸다. 참여자 모집도 이번 달부터 이어진다. 일할 자리가 늘어난다는 반가운 소식 앞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더 묻고 싶다.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일을 배우고 소통하며 성장할 준비도 함께 갖추어지고 있는가.
얼마 전 장애인 근로자 교육을 진행하며 이 질문을 더 분명히 떠올렸다.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동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말하고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익힐 기회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참여자를 맞이하는 지금이야말로, 일자리의 수와 함께 그 안에서 이어질 배움과 성장을 함께 살펴야 한다.
직장에서는 누구나 일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업무를 모를 때 질문하고,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어려움을 설명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장애인 근로자에게도 이러한 배움은 중요하다. 맡은 일을 수행하는 기술에 더해,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동료와 협력하는 역량을 키울 기회가 필요하다.
내가 경험한 교육에서 의미 있게 느낀 점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일터 경험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교육도 필요하지만, 장애인 근로자끼리 부담을 덜고 자신의 어려움과 생각을 살피는 시간 역시 마련할 만하다. 그 자리에서 표현을 연습하고, 이후 동료와 함께 배우는 과정으로 이어갈 수 있다.

물론 관련 교육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7월 대전교육청은 장애인 일자리사업 근로자 169명을 대상으로 직장예절과 의사소통 등을 다루는 보수교육을 진행했다. 안산대학교도 보호작업장 재직자 26명을 대상으로 갈등 상황 대처와 대화 훈련을 포함한 교육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례는 채용 이후의 관계와 적응을 지원하는 시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몇몇 운영 사례만으로 필요한 교육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같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서로를 저절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 유형이 같아도 편한 소통 방식과 필요한 지원은 다를 수 있다. 말로 설명을 듣는 것이 편한 사람도 있고, 글이나 그림으로 확인하는 것이 편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서로의 장애를 안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편하신가요?"라고 묻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구체적으로 전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 내용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표현을 연습해볼 수 있다.
"여러 업무를 한꺼번에 들으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순서대로 적어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이 말에는 어려운 상황과 필요한 방법이 함께 담겨 있다. 막연히 도와달라고 말하는 부담을 줄이고, 상대도 무엇을 하면 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당사자가 자신에게 맞는 업무 방식을 제안하며 일에 참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동료와 작은 약속을 정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회의 중 설명을 놓쳤을 때 미리 정한 표시를 하면, 동료가 핵심을 다시 정리해주는 식이다. 서로 동의한 신호가 있다면 매번 여러 사람 앞에서 어려움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효과가 입증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활용해볼 수 있는 교육 아이디어다.
이런 연습이 필요한 이유는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의사와 선택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이 짐작한 방식이 당사자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무엇을 혼자 할 수 있고, 어느 부분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도와주는 사람의 선의만큼 도움받는 사람의 의견도 중요하다.
동시에 요청하는 법을 배웠다는 이유로 책임을 개인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자신의 필요를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해 말을 아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관리자는 업무를 이해했는지 먼저 확인하고, 설명 방식과 작업 과정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당사자의 표현을 돕는 교육과 조직의 응답이 만날 때 배운 내용을 실제 일터에서 사용할 수 있다.
교육은 예절과 적응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다음에 배우고 싶은 업무를 말하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장애인 근로자에게도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경력을 쌓아갈 가능성이 있다. 익숙한 일을 계속 맡기는 것이 그 사람에게 가장 좋은 지원인지도 돌아볼 일이다.
이제는 교육 횟수와 참여 인원에 더해 교육 이후의 경험을 봐야 한다. 질문할 사람이 생겼는지, 요청한 지원이 반영되었는지, 새롭게 배울 기회를 얻었는지 당사자에게 묻는다. 참여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근무 일정이나 자료, 의사소통 방식에 장벽이 없었는지도 살피는 게 필요하다. 이런 점검이 있어야 좋은 사례가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일상의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공공일자리 확대는 채용 이후의 준비를 함께 살필 계기다. 이 질문은 다른 일터에도 이어진다. 한 사람을 맞이한 뒤, 우리는 그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동료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는가.
채용의 문을 여는 일은 소중하다. 그 안에서 필요한 도움을 말할 수 있고, 그 말에 응답하는 사람이 있으며, 다음에 배울 일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 고용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이제 그 사람이 경험하는 배움과 성장도 함께 담아야 한다.

참고자료
[1] 보건복지부, 「2027년 장애인일자리 사업 참여 가능 인원 2,600명 늘어 3만 8천 명으로 확대」, 2026.10.29. https://m.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787100
[2] 충청뉴스, 「대전교육청, 공사대금 신속 집행·장애인 근로자 지원 강화」, 2026.7.30. https://www.cc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2830
[3] 안산대학교 보도자료, 장애인보호작업장 재직자 대상 「행복한 일터, 단단한 나」 교육. https://www.ansan.ac.kr/www/boardview/23/3310
[필자소개] 주 민 정 칼럼니스트
교육전문기업 크레센티아 대표이자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KALAPE) 이사, 한국청소년센터 인권교육연구소 부대표다. 21년 넘게 기업교육과 조직 소통 현장에서 일해 왔으며, 인권 감수성과 생명존중 교육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경계선지능교육지도사 1급으로 느린 학습자와 경계선지능 아동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현장과 함께하고 있으며, 온라인 강의 《장애아동의 이해》를 제작했다. 2026년 경기도교육청 장애학생 체육협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담심리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고, 저서로 《사랑을 배우는 시간》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