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용 칼럼] 매달 1일, 실적이 다시 0이 되는 보험설계사에게 필요한 것
매달 1일이 되면 실적은 다시 0에서 시작한다. 지난달 아무리 애썼어도 이번 달 목표는 새로 주어지고, 활동비와 차량 유지비, 통신비 같은 고정비는 어김없이 빠져나간다. 실적 압박에 고정비까지 버겁다는 말은, 적지 않은 보험설계사가 속으로 삼키는 문장이다.
이 압박 속에서 설계사의 하루는 대개 '이번 달'을 위해 쓰인다. 계약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고, 당장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월말이 다가올수록 활동은 더 급해진다. 당연한 선택이다. 문제는 이번 달을 위해 쓴 시간이 다음 달에는 거의 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 달의 만남은 이번 달로 끝나고, 다음 달은 다시 새 명단에서 시작한다.
이 방식이 몇 년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 연차는 쌓이는데 일하는 방식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소개해 줄 지인은 점점 줄고,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오히려 늘어난다. 이는 개인의 성실함 문제가 아니다. 활동이 쌓이지 않는 구조의 문제다.
새로운 교육을 들어도 현장에서 안 통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기업고객 발굴, SNS, 칼럼처럼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드러나는 방법을 배워도, 실적 압박이 오는 순간 가장 먼저 그만두게 된다. 몇 주 해 보고 이번 달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역시 현장에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방법이 틀렸다기보다, 쌓이기 전에 멈춘 경우가 적지 않다.
접근을 바꾼 설계사의 시간표는 조금 다르다. 하루 활동의 대부분은 여전히 이번 달 실적에 쓰되, 일부를 '쌓이는 일'에 따로 떼어 둔다. 만난 대표의 고민을 기록해 두는 일, 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을 글로 정리해 남기는 일, 믿을 만한 전문가와 관계를 넓혀 가는 일이 그렇다. 이런 일은 당장 계약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표가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다시 연락할 이유가 되고, 소개가 오갈 통로가 될 수 있다.
두 길을 가르는 것은 재능이나 연차가 아니다. 활동을 '소모되는 일'과 '쌓이는 일'로 구분하고, 쌓이는 일을 실적이 나쁜 달에도 멈추지 않는가다. 전화 한 통, 만남 한 번은 그 달로 끝나지만, 정리해 둔 기록과 글과 관계는 다음 달로 넘어간다. 다만 쌓이는 일이 이번 달 생계를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되, 비율을 정해 지키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이다.
지난 한 달의 활동을 돌아보며 다음을 점검해 보길 권한다. 이번 달에 한 일 중 다음 달에도 남는 것은 무엇인가. 실적이 급한 주에도 지킨 '쌓이는 일'이 하나라도 있는가. 만난 대표들의 고민을 다시 꺼내 볼 수 있게 기록해 두었는가.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지난달보다 늘어난 것이 있는가. 소개가 오갈 수 있는 관계가 지난달보다 하나라도 늘었는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쌓이는 일에 쓸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소속과 연차, 고정비 규모, 주로 만나는 고객층에 따라 현실적인 비율이 달라진다. 무리하게 바꾸기보다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작은 비율에서 시작하는 편이 오래간다.
매달 0에서 시작하는 영업이 고단한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노력이 다음 달로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내 상황에서는 무엇을 쌓는 일로 삼아야 할지, 같은 고민을 가진 설계사들과 함께 점검해 보고 싶다면 아래 정보공유방을 활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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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용 │ 1인기업연합신문 대표 / 비즈니스 커넥터
보험설계사와 기업 대상 영업인이 소개와 지인에 기대지 않고 법인 대표와 신뢰 기반의 접점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칼럼과 인터뷰, 전문가 협업을 통해 기업과 전문가의 만남을 설계하며, 상담사가 기업고객을 더 전문적이고 투명하게 만나도록 돕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 기업고객과의 첫 접점을 고민하는 보험설계사와 영업인에게 실질적인 판단 기준을 나누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