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명이 크게 적힌 ‘발아완두 맥스’ 상자와 병.(이미지=에르바뉴 제공)
아는 단어는 우리를 멈춰 세우지 못한다. 눈에 익은 원료명은 확인 도장을 찍듯 스쳐 지나가고, 머릿속에는 별다른 문장이 남지 않는다. 반대로 처음 보는 조합 앞에서는 손이 잠깐 멎고 혼잣말이 먼저 새어 나온다.
에르바뉴(ERBANU)의 ‘발아완두 맥스’를 보며 든 생각이 그것이다. 완두는 누구나 아는 콩이고 발아도 어려운 말이 아닌데, 둘이 붙어 상품명이 되자 갑자기 낯설어진다. 아는 낱말 둘을 이어 모르는 말을 만들었으니 이름 자체가 작은 수수께끼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호기심의 쓸모는 그다음 행동에 있다. 궁금해진 사람은 설명을 찾고, 찾다 보면 홍보 문구보다 포장에 적힌 표기 쪽으로 눈을 옮기게 된다. 질문이 생기는 순간 소비자는 듣는 쪽에서 묻는 쪽으로 자리를 바꾼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경우에는 답을 찾는 길도 비교적 짧다. 앞면의 두류가공품이라는 항목이 이름 속 콩의 실제 표기이고, 그 곁에 6.4mg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다. 유형을 물으면 음료베이스 일반식품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니, 궁금증 몇 가지는 상자 앞에서 곧바로 풀린다.
물론 호기심과 판단은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이름이 궁금증을 열어 주었다면 그다음은 표시가 이어받을 차례여서, 눈길을 끈 단어일수록 유형 표기와 정제 수, 배합량, 조제방법까지 더 차분하게 따져 봐야 한다.
좋은 이름은 답을 대신 주지 않고 질문을 남긴다. ‘발아완두 맥스’ 앞에서 생긴 물음표가 라벨을 한 줄 더 읽는 습관으로 이어진다면 그 낯섦은 사는 사람에게도 손해가 아니다. 다음에 모르는 상품명을 만나거든 지나치기 전에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물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