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항만도시 부산이 선박을 건조하는 기존 조선산업을 넘어 유지·보수·정비(MRO), 수리조선, 친환경 선박 개조를 아우르는 해양산업의 새로운 거점 구축에 나선다.
특히 최근 한·미 조선협력 확대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부산이 보유한 항만 인프라와 조선기자재 산업, 선박 수리 경험을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묶을 경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시는 오는 **9월 3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MASGA 시대를 여는 해양 MRO·수리조선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부산시와 송옥주 국회의원실, 한화오션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해운협회가 후원한다.
국회와 중앙부처, 부산시, 조선·해양 관련 산업계 및 연구기관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가 단순한 지역 조선산업 활성화 논의를 넘어 주목받는 이유는 함정 MRO, 민간 수리조선, 친환경 선박 개조, 부산항 신항 인프라, 조선기자재 산업을 하나의 산업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 있다.

■ ‘배를 만드는 도시’에서 ‘평생 관리하는 도시’로…부산의 산업전략 전환
한국 조선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부산시 자료는 대형 선박을 전문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를 부산의 새로운 산업기회로 보고 있다.
조선산업을 건조 중심으로만 바라보면 선박을 발주받아 건조·인도하는 시점에서 하나의 사업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다.
반면 MRO 산업은 다르다.
선박이 운항되는 동안 점검과 정비, 부품 교체, 성능개량, 시스템 개선 등이 반복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설비 개조까지 더해지면 선박의 전 생애주기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신조선 중심의 조선산업’에서 ‘선박 생애주기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향후 국내 조선·해양산업의 또 다른 경쟁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부산 입장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부산에는 항만뿐 아니라 조선·해양기자재 기업과 선박 수리 관련 기업들이 집적돼 있다.
MRO 클러스터가 제대로 구축될 경우 대형 조선소만의 사업이 아니라 기자재·부품·정비·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지역기업의 일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한·미 조선협력 확대…MRO가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이번 토론회의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한·미 조선협력이다.
부산시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 및 함정 유지·보수·정비 협력 확대와 MASGA 프로젝트 본격화에 따른 한·미 조선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이번 행사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특히 함정 MRO는 일반 상선의 정비와 달리 조선기술뿐 아니라 방위산업과 국가안보, 공급망, 군수지원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는 분야다.
이 때문에 해외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하려면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방산정책, 항만·수리 인프라, 기술인력, 기자재 공급망을 함께 구축해야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토론회에 부산시뿐 아니라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부, 해양수산부, 한화오션, 부산지역 조선기자재 업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것도 이 같은 산업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 IMO 환경규제가 만든 또 하나의 시장 ‘친환경 선박 개조’
부산이 바라보는 시장은 함정 MRO만이 아니다.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도 중요한 축이다.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운항 선박 역시 환경기준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개선과 개조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모든 선사가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선박을 즉시 폐선하고 신조선을 발주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기존 선박의 추진·환경 관련 설비를 개선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개조시장이 MRO·수리조선 산업과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부산시 역시 이번 토론회를 한·미 조선협력뿐 아니라 IMO 환경규제 강화로 확대되는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부산이 군함과 상선 가운데 어느 한 분야에만 집중하기보다 함정 MRO + 상선 수리 + 친환경 개조를 함께 묶는 복합 해양 MRO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국회에서 ‘부산형 MRO 마스터플랜’ 공개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전문가 발표가 이어진다.
첫 번째 발표에서는 권효재 COR 에너지 인사이트 대표가 **‘해양 MRO 및 친환경선박 개조 수요와 대응 과제’**를 주제로 글로벌 규제환경 변화와 시장 대응전략을 제시한다.
이어 안승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이 **‘수리조선단지 조성과 해양 MRO산업 육성’**을 주제로 국가 거점 인프라 확충 필요성과 산업 육성방향을 제언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종합토론은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좌장을 맡는다.
특히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이 **‘대체불가 해양 MRO 생태계 부산형 전략 마스터플랜’**을 제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히 “부산에 MRO 산업이 필요하다”는 선언을 넘어 부산이 가진 산업자산을 어떻게 결합하고 국가정책과 연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한화오션부터 방사청·산업부·해수부까지…MRO 정책 한자리에
참석 기관의 구성에서도 이번 토론회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MRO사업담당 상무는 글로벌 해양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고, 김호승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수출지원본부장은 조선부품·기자재 산업의 지원과제를 논의한다.
정부부처도 참여한다.
이경훈 방위사업청 방산중소기업지원과장은 방산혁신클러스터 함정 MRO 사업 추진계획, 이디도 산업통상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중소조선 함정 MRO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을 제시한다.
우봉출 해양수산부 항만국 항만투자협력과장은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한다.
자료 3페이지에 공개된 세부 프로그램을 보면 오후 2시부터 두 차례의 주제발표가 진행되고, 오후 2시 4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부산형 전략, 글로벌 경쟁력, 기자재산업, 방산 MRO, 중소조선,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 등 6개 세부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도록 구성됐다.
이는 MRO 산업을 어느 한 부처나 기업의 단일사업이 아니라 산업·국방·해양·항만정책이 결합된 융합산업으로 접근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TJ뉴스 분석① 부산이 MRO에 유리한 이유는 ‘항만+기업+경험’
부산이 해양 MRO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데에는 지역 산업구조와 연관성이 있다.
부산시는 스스로 부산의 강점으로 항만 인프라, 조선기자재 산업 기반, 축적된 선박 수리 경험을 꼽고 있다.
MRO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선박을 접안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비 과정에서 필요한 수많은 부품과 기자재를 적시에 공급할 기업, 고장과 성능을 진단할 기술인력, 실제 정비를 수행할 업체, 선박을 수용할 항만·도크 등의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따라서 부산이 이미 보유한 조선기자재 산업생태계를 MRO와 연결한다면 기존 산업을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보다 산업적 연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TJ뉴스 분석② 핵심은 ‘대형 선박 수리 인프라’ 확보
하지만 부산이 실제 글로벌 MRO 허브로 성장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보도자료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선박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형 선박 수리를 위한 전문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결국 산업 육성의 성패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 선박을 받아 정비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리조선단지가 적기에 조성되고 주변 기자재업체·정비기업·기술인력과 연결될 경우 하나의 MRO 클러스터로 발전할 수 있다.
반대로 관련 인프라 구축이 장기간 지연되면 해외 MRO 시장의 성장 기회를 선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부산시가 이번 국회 토론회를 통해 국가 차원의 인프라 확충과 정책·입법·예산 지원 필요성을 논의하려는 것도 결국 이러한 현실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TJ뉴스 분석③ MRO가 부산 중소기업에 중요한 진짜 이유
MRO 산업을 대형 조선사만의 시장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실제 선박 한 척의 유지·보수에는 다양한 분야의 기자재와 부품, 전기·전자 장비, 배관, 기계, 엔진 관련 장비, 통신·항해장비와 각종 정비 서비스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형 MRO 사업을 지역 공급망과 제대로 연계한다면 부산·경남권 중소 조선기자재업체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신조선 산업은 세계 경기와 선박 발주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지만, 이미 운항 중인 선박은 지속적인 유지·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MRO는 신조선과는 다른 형태의 수요 기반을 갖는다.
부산이 MRO 산업을 단순한 ‘수리업’이 아니라 조선기자재 산업 고도화와 지역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연결하는 산업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부산시 역시 해양 MRO를 급변하는 안보환경과 친환경 전환 속에서 부산 조선기자재 산업의 고도화를 이끌 핵심 성장동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 방산과 민수 MRO를 연결할 수 있을지도 관건
이번 토론회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함정 MRO와 일반 수리조선이 동시에 논의된다는 점이다.
함정 MRO 시장은 방위산업의 특수성이 존재하지만 선박 정비와 기자재 공급, 기술인력, 조선소 인프라라는 측면에서는 민간 수리조선산업과 접점도 있다.
따라서 부산이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과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 기존 기자재 산업을 효과적으로 연결한다면 방산과 민수를 아우르는 산업생태계 구축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해외 함정 MRO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보안과 품질인증, 공급망 신뢰성, 전문인력 등 여러 조건이 요구되는 만큼 장기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이번 국회 토론회가 중요한 이유도 각 기관이 개별 사업을 발표하는 수준을 넘어 부산을 중심으로 어떤 역할분담과 산업 연결구조를 만들 것인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부산항 신항 활성화까지…MRO가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
MRO 클러스터는 조선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사업도 아니다.
선박이 정비를 위해 장기간 머무르면 기자재와 부품 공급뿐 아니라 물류와 항만서비스 등 연관 산업의 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수리조선단지 구축은 부산항 신항의 기능을 단순 화물처리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해양서비스 분야로 확장하는 전략과도 연결해 볼 수 있다.
부산시가 공개한 토론회 주요 의제에도 **‘함정 MRO 및 수리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수리조선단지 적기 조성 및 부산항 신항 활성화’**가 명시돼 있다.
향후 수리조선단지의 규모와 입지, 입주기업 구성, 정부 재정지원 방식, 민간투자 구조가 구체화된다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역시 보다 선명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 ‘세계적 조선강국’ 다음 과제는 선박의 전 생애주기 시장
대한민국 조선산업은 오랜 기간 ‘얼마나 좋은 배를 얼마나 빠르게 건조하느냐’를 중심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은 선박 건조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선박을 건조한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지는 정비와 성능개량, 친환경 개조, 기자재 교체 등 선박의 전 생애주기에서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확보하느냐가 또 하나의 경쟁영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조선·함정 MRO 협력 확대라는 안보·산업적 변화와 IMO 환경규제라는 친환경 전환이 동시에 맞물리고 있다.
부산에는 국내 최대 항만이라는 입지와 조선기자재 산업, 선박 수리 경험이라는 자산이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각각 흩어져 있는 강점을 실제 수주와 기업 매출, 일자리로 연결되는 산업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부산시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국회·정부·산업계와 해양 MRO의 중요성 및 부산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고 국가 차원의 입법·예산·정책 지원을 위한 협력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부산이 중소형 선박 수리 경험과 조선기자재 산업 기반을 갖춘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회·정부·산업계와 협력해 부산을 글로벌 해양 MRO 허브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9월 3일 국회 토론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MRO가 중요하다’는 선언 자체가 아니다.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의 적기 조성, 국가예산과 제도 지원, 함정 MRO와 민수 수리조선의 연계, 지역 기자재기업의 공급망 참여, 전문인력 확보를 어떻게 현실적인 정책과 사업으로 연결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면 부산은 세계적인 조선산업의 배후도시를 넘어 **‘선박을 건조하고, 수리하고, 개조하고, 평생 관리하는 글로벌 해양산업 도시’**라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 기사는 부산시가 2026년 8월 31일 공개한 ‘해양 MRO·수리조선 생태계 구축 토론회’ 자료의 사실관계를 토대로, TJ뉴스가 해양 MRO 산업의 구조와 친환경 선박 개조시장, 함정 MRO, 부산 조선기자재 산업 및 부산항 신항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추가 분석해 독자적인 기사 구조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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