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이어지는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날씨에 그치지 않는다. 뜨거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두통과 어지럼증, 심한 피로, 메스꺼움, 근육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상태가 악화되면 의식이 흐려지는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열사병은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이 무너지는 매우 위험한 온열질환이다. 특히 평소와 다르게 말이 어눌해지거나 사람과 장소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비틀거리거나 의식을 잃는다면 단순히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즉시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옷을 느슨하게 하고, 물수건·선풍기·얼음주머니 등을 이용해 체온을 낮춰야 한다.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물이나 음료를 억지로 먹이는 것은 질식 위험이 있어 절대 금물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열사병에 좋은 음식’은 열사병 자체를 치료하는 음식이 아니라,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음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 여름 보약은 물이다
폭염이 계속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보양식이 아니라 물이다. 갈증은 이미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목이 마르기 전부터 조금씩 자주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질병관리청도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들이켜기보다 컵을 가까이 두고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다. 야외에서 몇 시간 동안 작업하거나 운동해 땀을 많이 흘렸다면 물과 함께 균형 잡힌 전해질 음료를 적절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당분이 지나치게 많은 음료를 물처럼 계속 마시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오이·수박·참외, 씹어서 채우는 수분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수분이 풍부한 여름 식재료를 곁들이면 한결 수월하게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
오이는 생으로 먹거나 냉국으로 만들어 먹기 좋다. 얇게 썬 오이에 차가운 물과 식초를 넣고 간을 약하게 맞춘 오이냉국은 더위로 입맛을 잃었을 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다만 냉국을 지나치게 짜게 만들면 오히려 나트륨 섭취가 많아질 수 있으므로 국물은 싱겁게 준비한다.
수박과 참외 역시 여름철 간식으로 활용하기 좋다. 달고 시원하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는 식사 사이에 적당량을 나누어 먹는다. 토마토도 생으로 먹거나 차갑게 냉채로 만들어 식탁에 올리면 수분과 함께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수박화채를 만들 때는 설탕이나 탄산음료, 연유를 많이 넣기보다 수박과 참외, 얼음, 소량의 탄산수나 물을 이용해 담백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전해질도 살펴야 한다
땀에는 수분뿐 아니라 나트륨과 염소, 칼륨 같은 전해질도 포함돼 있다. 장시간 땀을 흘린 뒤에는 물만 무리하게 마시기보다 평소 식사와 간식으로 전해질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균형 잡힌 일반 식사와 간식을 통해 필요한 전해질을 회복할 수 있으며, 소금 알약을 임의로 먹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칼륨을 함유한 바나나와 토마토, 감자, 콩류 등을 식단에 활용하고, 땀을 많이 흘린 날에는 지나치게 짜지 않은 콩나물국이나 미역냉국, 두부를 곁들인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
여기에 달걀, 두부, 생선, 살코기처럼 부담이 비교적 적은 단백질 식품을 함께 먹으면 더위로 떨어진 식욕 속에서도 한 끼의 균형을 맞추기 좋다. 음식은 한 가지를 많이 먹기보다 밥과 국, 채소, 단백질 반찬을 조금씩 골고루 먹는 것이 기본이다.
술과 지나치게 단 음료는 피해야 한다
더운 날 차가운 맥주 한 잔을 물 대신 찾는 사람이 많지만 술은 폭염 속 수분 보충 수단이 될 수 없다. 과음은 탈수를 악화시키고 위험 신호를 늦게 알아차리게 할 수 있다.
고카페인 음료와 당분이 많은 음료도 과도하게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폭염 시 충분한 물을 마시고, 술과 지나친 카페인·당분 섭취를 피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폭염 날 추천하는 한식 수분 밥상
여름철에는 거창한 보양식보다 몸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담백한 한 끼가 필요하다.
보리밥에 두부구이와 토마토냉채를 곁들이고, 간을 약하게 한 오이냉국을 준비해 보자. 후식으로 수박이나 참외를 조금 먹으면 수분과 영양을 함께 보충할 수 있다.
아침에는 바나나와 삶은 달걀, 점심에는 콩나물냉국과 생선구이, 저녁에는 감자와 두부를 넣은 담백한 국처럼 매 끼니 수분과 단백질, 채소를 골고루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심장질환이나 신장질환으로 수분 또는 나트륨 섭취를 제한하고 있는 사람은 일반적인 폭염 수분 섭취법을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 당뇨병 환자도 과일과 당분이 많은 음료를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자신의 질환과 복용약에 맞는 수분 섭취량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폭염을 이겨내는 식탁의 핵심은 값비싼 보양 재료가 아니다. 갈증이 오기 전에 마시는 한 잔의 물, 싱겁게 만든 오이냉국 한 그릇, 제철 수박과 토마토 한 접시가 더 현실적인 여름 보양식이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어지럽고 땀이 많이 나는 정도를 넘어 의식이 흐려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순간에는 음식을 찾을 때가 아니다. 신속한 119 신고와 체온 낮추기가 생명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처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