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 섭외 플랫폼 ‘이상한강연’ 홈페이지 화면(사진=주식회사 둥울)
실력은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전문가가 강연 무대에 서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섭외가 아는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 전문성보다 인맥이 먼저 작동하게 되고, 해외 무대라면 여기에 언어 장벽까지 더해진다.
주식회사 둥울의 박경진(Adrienne Park) 대표가 강연 섭외 플랫폼을 만든 출발점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변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IT 분야에서 15년간 전문성을 쌓아 온 박 대표는 법률·정보기술·국제 비즈니스를 두루 경험하면서, 전문성 있는 인재가 인맥이나 언어 장벽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에 주목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주식회사 둥울 ‘이상한강연(OddSpeakers)’이다.
■ 정부 창업 프로젝트가 주목한 문제의식
이 문제의식은 최근 정부 창업 프로젝트에서 한 차례 평가를 받았다.
이상한강연은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모두의 창업’ 2차 프로젝트 1라운드 진출자로 선정됐는데, 약 9만 3,000명이 지원한 가운데 일반·기술 분야 8,000명과 로컬 분야 2,000명 등 1만 명만 1라운드에 올랐다. 경쟁률은 약 9.3대 1이다.
물론 1라운드 진출이 곧 사업의 성공을 뜻하지는 않는다.
후속 단계에서는 사업계획과 활동 실적을 평가해 다시 진출자를 가리고, 시제품(MVP) 제작비 최대 2,000만 원 등의 사업화 지원과 지역별 오디션, 전국 단위 최종 경연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단계별 지원도 별도의 선정·협약 및 운영 조건에 따르는 만큼, 지금의 선정은 결과라기보다 출발선에 가깝다.
■ 전문성으로 평가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박 대표의 말은 이 플랫폼이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는 “한국에는 오랜 경험과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많지만 해외 네트워크나 언어 장벽으로 인해 국제무대에 설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며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인맥이 아니라 전문성으로 평가받고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한강연은 AI·IT, 법률, 리더십, 조직문화, 인문학, 자기계발 등 여러 분야의 강연자를 기업·공공기관·교육기관과 연결한다.
섭외 문의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받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해외 기관과 국내 전문가를 잇는 글로벌 강연 서비스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분야와 전문성을 기준으로 강연자를 찾는 통로가 넓어진다면, 인맥에 기대던 섭외 방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길 수 있다.
■ 39일 만의 구축이 말해 주는 것
플랫폼을 만든 방식도 곱씹어 볼 만하다. 박 대표는 약 5년간 사업 모델을 구상한 뒤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 과정에 적극 활용해 39일 만에 플랫폼 구축을 마쳤다.
AI 기반 검색 환경을 고려해 사이트의 콘텐츠와 정보 구조를 설계했고, 회사 측에 따르면 별도의 유료광고 없이도 강연 섭외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오랜 기간 쌓은 기술 경험에 AI 활용 역량을 결합하면 아이디어가 실제 서비스가 되기까지의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다만 빠르게 만든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려면 실제 이용자의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박 대표 역시 “이상한강연을 운영하면서 실제 강연 섭외 문의를 통해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회사 둥울 ‘이상한강연’은 강연 섭외 과정의 디지털화, 전문가와 수요기관의 연결 효율 개선, 해외 강연 파트너 발굴로 서비스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인맥 없는 당신을 무대로, 능력 있는 당신을 해외로’라는 회사의 방향이 실제 무대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