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암호화폐 관련 발언이 가상자산 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크게 흔드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암호화폐·기술업계 관계자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자산 규제법인 ‘Clarity Act’의 의회 통과를 촉구하고 비트코인 추가 매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돼 왔다”고 밝힌 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백악관 회동에는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로빈후드의 블라드 테네프, 크라켄의 아르준 세티, 나스닥의 아데나 프리드먼, ICE의 제프 스프레처 등 주요 금융·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회에 Clarity Act의 통과를 촉구했다. 미 행정부가 가상자산을 금융시장의 새로운 영역으로 규정하고 규제체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과 금융시장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정부가 대규모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매입 규모나 일정, 예산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에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이번 발언은 추가 매입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수준으로 해석되면서 암호화폐의 급등을 불러왔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이 7만2천달러를 넘어서는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8월 20일 비트코인은 장중 약 7만2,4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고, 8월 19~20일 이틀 동안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약 31억달러 규모의 숏 포지션이 청산된 것으로 집계됐다. 비트코인 상승이 기존의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강제 매수로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숏퀴즈로 확대된 것이다.
다만 이번 상승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시장의 다른 변수가 적지 않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면서 국채금리가 낮아지고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된 점도 비트코인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현물 비트코인 ETF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면서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뒷받침됐다.
Clarity Act는 가상자산 시장의 법적 지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어떤 디지털자산을 증권으로 볼 것인지, 상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범위가 달라지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적용받는 연방 차원의 규제체계가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에서는 전망을 하고있었다. CFTC 역시 8월 20일 혁신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불확실성에서 명확성으로’라는 주제로 암호화폐 규제체계와 시장구조를 논의했다.
SEC 역시 별도의 규제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SEC는 8월 14일 암호화폐 자산과 관련한 특정 투자계약에 적용할 새로운 자금조달 체계를 제안할지를 논의했고,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미국을 암호화폐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자산의 자금조달과 토큰화 증권 거래에 대한 규제 명확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의회의 Clarity Act 논의와 별개로 행정부와 규제기관이 가상자산 제도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가상자산 시장의 움직임은 미국 대통령의 정책 발언이 금융시장의 기대와 투자심리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암호화폐 규제 완화, 시장구조 법제화 등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백악관의 발언 하나가 규제 기대와 투자심리를 움직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상승에는 국채 바이백 확대와 ETF 자금 유입, 대규모 숏 포지션 청산이 함께 작용했다.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9월 15일 예정된 Clarity Act 관련 상원 표결과 법안의 윤리 조항을 둘러싼 협상, 그리고 행정부와 SEC·CFTC가 추진하는 별도의 규제 정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 변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책 기대와 실제 입법 사이의 간극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와 전망은 법안통과가 저지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