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하늘을 향해 누웠지

노석주

 

하늘을 향해 누웠지

  

 

젖가슴 위에 손을 올려놓았어

가만히

피할 수 없는 황홀감에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누웠지

 

설원의 숲속

열여덟 숫처녀 속살 같은

뽀얀 살을 드러내고도

당당하고 오만한 자작나무

눈을 감고 그리워했지

자작자작 타오르는 불의 따스함을

 

마법에 걸린 듯 미끄럼을 타다가

속살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차디찬 창공

타원형의 비행운에 갇혀

설원의 품속에서 

몸을 떨었어

 

부러진 손목 가슴에 대고

다져진 눈 위에 또 눈이 얼어

밟히는 소리도 자작자작

 

잿빛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면

숲으로 올 거야 자작나무 숲으로

겨울이 숨겨준 하얀 추억 찾으러

 

 

[노석주]

2019년 『월간 시』 등단

작성 2026.09.14 09:26 수정 2026.09.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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