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고, 상처가 나면 소독약을 바릅니다. 그런데 약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훨씬 전에는 사람이 아프면 어떤 약을 썼을까요? 2000년 전 고대 로마 사람들의 기록을 보면 깜짝 놀랄 처방들이 가득해요. 하이에나, 악어 등 온갖 동물의 똥은 물론 사람의 대변까지 약으로 썼거든요. 지금 보면 황당하지만, 당시 의사들은 진지하게 내린 처방이었답니다.
오랫동안 이 기록들이 실제로 쓰였는지는 알 수 없었어요. 책에만 적혀 있을 뿐, 진짜 증거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박물관 창고에서 잠자던 유리병 하나가 드디어 그 증거를 내놓았답니다.
유리병이 밝혀낸 2000년 전 비밀
튀르키예 연구팀은 베르가마 박물관 창고에 있는 고대 로마 시대 유리병들을 조사하다가 병 안에 딱딱하게 굳은찌꺼기가 있는 걸 발견했어요. 이 병들은 고대 로마에서 향수나 화장품을 담던 평범한 작은 병이었어요. 그럼 이 안에 있는 찌꺼기는 향수나 화장품이 굳은 걸까요? 연구팀은 찌꺼기를 긁어내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지 정밀하게 분석했어요.
분석 결과, 찌꺼기 안에서 ‘코프로스타놀’이라는 물질이 검출됐어요. 이 물질은 사람이나 동물의 대변에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성분이에요. 연구팀은 이 물질의 비율을 꼼꼼히 분석해서, 찌꺼기가 동물이 아닌 사람의 대변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향수병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대변이 담겨 있었던 거죠. 그리고 여기엔 타임이라는 허브의 향기 성분도 함께 나왔어요. 당시 의사들이 지독한 똥 냄새를 감추려고 향이 강한 허브를 섞은 것으로 보여요.
이 유리병이 발견된 베르가마라는 곳은 고대 로마에서 최고의 의사로 손꼽혔던 갈레노스의 고향이에요. 갈레노스는 대변을 이용한 처방을 스무 번도 넘게 기록으로 남겼는데, 이번 발견으로 그 처방이 실제로 환자에게 쓰였다는 증거가 생긴 거예요.
똥 치료, 지금도 쓴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날에도 똥을 이용한 치료법이 있답니다. 건강한 사람의 장 속 세균을 환자에게 옮겨줘서 장을 건강하게 되살리는 치료법인데요, 장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에게 실제로 쓰이고 있죠.
물론 고대 로마 의사들이 세균의 존재를 알았을 리는 없어요. 하지만 2000년 전 기록과 유물은 당시 사람들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는 걸 보여준답니다. 박물관 창고에 잠들어 있는 유물이 아직 많은 만큼,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비밀이 밝혀질지 기대가 됩니다.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감쵸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