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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습니다. 15개월, 20개월, 36개월. 아직 너무 어린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볼까 고민하다가도, 부모님들은 마음 한 편에 작은 불편함을 안고 찾아옵니다.
“아직 말을 못 해요.”
“포인팅을 안 해요.”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아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제 손만 끌고 가요.”
“외계어 같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한번 울면 너무 오래 울어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을 물어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단순히 ‘말이 늦다’는 문제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아이는 지금 사람과 얼마나 연결되고 있을까?
언어는 입에서 갑자기 시작되지 않습니다. 엄마를 바라보고, 엄마의 반응을 기다리고, 함께 웃고, 도움을 청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수많은 순간들 속에서 조금씩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요즘 부모님들은 왜 이렇게 일찍 상담실을 찾게 되었을까요? 예전보다 부모님들이 아이의 발달을 더 일찍 살피고 작은 신호도 빠르게 알아차리게 된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엄마와 아빠 모두 일을 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아침이면 부모는 출근하고 아이는 어린이집으로 향합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만나 밥을 먹이고, 씻기고,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가 잠들 시간이 됩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이 달라진 것입니다. 다만 그만큼 아이와 얼굴을 마주 보고 천천히 기다리고 주고받는 시간은 생각보다 쉽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영상도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하나를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어지는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가 사람과 주고받는 시간이 충분한가’입니다.
저는 언어가 늦은 어린아이를 만날 때 사용하는 단어의 개수만 보지는 않습니다. 발달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15개월 무렵이라면 필요한 것을 가리키는지, 엄마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는지, 이름을 불렀을 때 바라보는지를 살펴봅니다. 20개월 전후에는 엄마의 행동이나 말을 따라 하려는지, 간단한 말을 이해하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엄마와 함께 나누려 하는지를 봅니다. 36개월 무렵에는 단어의 수뿐 아니라 엄마와 말을 주고받는지, 질문하고 대답하는지, 자신의 경험이나 마음을 사람에게 전달하려 하는지를 함께 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때 “자동차 말해봐. 무슨 색이야?”라고 계속 묻기보다 엄마가 옆에서 “우와, 간다!”, “엄마 차도 같이 갈까?”, “쿵!” 하며 아이의 놀이 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아이가 엄마를 한번 바라봅니다.
엄마의 행동을 기다립니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웃습니다.
다시 자동차를 움직입니다.
이 짧은 순간에 아주 중요한 일이 일어납니다. 아이와 엄마 사이에 상호성, 즉 주고받음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앞에 있는 것이 ‘조절’입니다. 어린아이에게는 아직 자신의 마음을 혼자 다루는 힘이 충분히 자라지 않았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오래 울거나, 몸을 던지거나, 때로는 친구를 물기도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그만 울어”, “진정해”라는 말보다 엄마와 함께 다시 편안해지는 경험입니다. 엄마의 차분함을 빌려 마음을 가라앉혀 본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는 조금씩 스스로를 조절하는 힘을 키워갑니다.
그래서 저는 언어를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절되고, 연결되고, 주고받는 경험 속에서 언어가 자라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화면이 사람과의 시간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미 영상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혼자 보게 두기보다 때로는 옆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화면에서 본 것을 실제 놀이로 이어가 보세요. 화면을 보여주지 않은 시간을 세기보다, 오늘 아이와 얼마나 많이 마주 보고 반응을 주고받았는지를 한번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하루 10분, 아이와 이렇게 놀아보세요. 특별한 장난감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하나를 골라 10분만 함께해 보세요. 먼저 아이의 행동을 따라 해 주세요. 자동차를 굴리면 같이 굴리고, 블록을 쌓으면 옆에서 같이 쌓습니다. 말을 많이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가 나를 한번 바라보면 웃어주고, 무언가 표현하려 할 때 바로 대신해 주기보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르쳤느냐가 아니라 몇 번이나 서로 주고받았느냐입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말해봐”를 한 번 줄이고, 아이를 기다려주는 시간을 조금 늘려보세요.
말보다 먼저 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과 연결되고, 함께 조절하고, 서로 주고받는 힘입니다. 아이의 말은 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마음이 닿는 순간부터 자라기 시작합니다.
2026년 8월
파주아이언어심리발달센터
박은숙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