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학교폭력예방신문=이동훈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가압중수로형 원전 밀집 지역인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가 다시 한번 거센 안전성 논란의 폭풍 속에 휘말렸다. 월성 2호기(2026년 11월), 3호기(2027년 12월), 4호기(2029년 2월)가 차례대로 설계수명 만료 시점을 목전에 두고 계속운전(수명 연장)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잇따르는 설비 사고와 부실 운영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수명 연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 보이지 않는 재질 열화… '중성자 피로도'의 누적
원전이 설계수명을 넘겨 가동될 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적·화학적 열화 현상이다. 수십 년 동안 고온·고압의 방사선 환경에 노출된 원자로 주구조물과 배관은 '중성자 조사 취화(Radiation Embrittlement)' 현상을 겪는다. 즉, 쇠가 강한 방사선을 오래 맞을수록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리처럼 쉽게 바스러지는 성질로 변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설계수명이 다 된 노후 원전에 수명 연장을 허용하는 것은, 이미 수십 년간 피로도가 누적된 '노후 프레임'에 극한의 압력을 계속 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비상 상황이나 압력 급변 시 이러한 미세한 구조적 취약점이 통제 불능의 대형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제기되는 이유다.
■ '인재(人災)'로 증명된 현장 관리의 한계… 수명 연장 적신호
더 큰 문제는 설비를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사람과 시스템'마저 삐걱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월성원전에서는 배관 밸브 내부 누설을 무려 4년 동안 방치한 끝에 1톤이 넘는 중수가 새어 나오는가 하면, 보수 과정에서 전용 장비 대신 '주전자'로 액화질소를 직접 주입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안전지침 위반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여기에 엉뚱한 곳에 시공된 누설감지기와 먹통이 된 경보기 등은 설비 노후화가 진행될수록 현장의 인적 오류와 시스템 결함이 맞물려 사고를 키우는 거대한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증명했다.
■ "주민 안전 담보로 한 도박 중단해야" 목소리 확산
상황이 이렇자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승인 절차를 즉각 백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반복되는 중수 누설과 은폐성 대응은 월성원전이 이미 안전하게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고준위 방폐물 처분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적 피로도가 극에 달한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도박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주기적 안전성평가(PSR)를 통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잇따르는 사고 이력과 누적된 불안감 속에서 '서류상의 안전성'이 실제 현장의 위험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수명 연장의 기로에 선 월성원전이 과연 기술적 타당성과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