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소비재 기업에게 제품 선정은 단순한 품목 분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라도 중국에서는 규제와 가격, 유통채널, 소비자 특성에 따라 시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가 추진하는 하얼빈 실판매·직접구매 파일럿은 이런 차이를 고려해 식품·K-뷰티·생활용품·소형가전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검증할 제품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가장 먼저 고민하는 질문은 대개 ‘어떤 제품을 가져갈 것인가’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제품 자체만큼 중요한 조건이 있다. 중국에서 수입과 판매가 가능한지, 현지 소비자가 받아들일 가격인지, 어떤 유통채널에 적합한지,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소비재는 한 번의 전시나 상담만으로 시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하는지, 어떤 제품이 더 많이 선택되는지, 첫 판매 이후 재구매가 가능한지 등을 확인해야 다음 단계의 유통 확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가 하얼빈 중앙홍그룹과 추진하는 ‘2026 한국 혁신소비재 중국시장 실판매·직접구매 파일럿’은 처음부터 많은 제품을 한꺼번에 중국에 공급하기보다 소수 기업과 제품을 선정해 실제 시장에서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1차 모집 대상은 한국 혁신소비재 기업 5개사다. 기업당 3~5개 SKU를 우선 검토하며, 제품의 적법성, 중국 소비자가격, 공급가격, 유통기한, 최소주문수량(MOQ), 공급 안정성, 유통 파트너의 구매심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최종 기업을 선정한다.
모집 분야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식품과 가정간편식(HMR)이다.
즉석밥과 죽, 국·탕류, 라면·면류, 떡볶이, 카레 등 간편식과 김·견과·과자·스낵·소스·조미식품·차·커피 같은 상온 제품이 대상이다. 자료에서는 편의점과 커뮤니티 슈퍼 등에서 반복구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검토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식품은 소비자가 비교적 쉽게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국시장에서는 별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해외 제조기업 등록, 수출자·대리인 관련 비안, 중국 식품기준과 라벨 등을 제품별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K-뷰티와 퍼스널케어다.
기초 스킨케어, 마스크팩, 클렌징, 헤어
·바디 제품 등이 포함된다. 한국 화장품의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시장 진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 유형과 기능·효능 표현 등에 따라 중국에서 요구되는 절차가 달라질 수 있어 제품별 규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프로젝트 자료 역시 일반화장품과 특수화장품을 구분해 필요한 비안 또는 등록 절차를 확인하고, 시험과 자료 준비가 필요한 경우 별도의 경로를 설계하도록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생활용품과 소형 생활전자·스마트제품이다.
주방·청소·수납용품과 디자인 생활소품, 소형 주방기기, 생활 스마트기기, 비의료 건강생활제품 등이 검토 대상이다. 다만 전자제품은 식품이나 일반 생활용품과 달리 제품에 따라 중국의 강제인증이나 품질·안전 관련 요건이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분야는 ‘생활가전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판단하기보다 제품의 사양과 적용 규정을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사업 자료에서도 전자·생활제품의 중국 규제·인증 가능성을 개별 확인한 뒤 테스트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모집 분야의 공통점은 특정 유행상품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실제 매장에서 판매 가능성을 확인하고, 제품별 수입·규제 조건과 가격구조를 함께 검토할 수 있는 소비재를 우선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윤교원 대표가 그동안 중국사업에서 경험해 온 영역도 이러한 접근과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 홈페이지 기획자료에 따르면 윤 대표는 2012년 한중 수출연결 사업을 시작한 뒤 중국 미디어와 콘텐츠 유통, 한국 기업과 상품의 중국 수출 및 현지 유통 지원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 왔다. 2014년에는 한류TV서울을 창업해 중국 IPTV에 한류채널을 송출했고, 2018년에는 상하이 IPTV 홈쇼핑 개설, 2019년에는 삼성반도체와 중국 기업의 수출 연결 등을 추진한 것으로 정리돼 있다.
이후 의료기기·미용기기 수출 연결과 지방정부 협력, 2024년 항저우 롄화마켓과의 한국상품 공급 협약, 2025년 상하이 현지 지사 설립 등의 활동이 이어졌다. 이러한 이력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를 보장하는 근거라기보다, 중국시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축적해 온 연결 경험의 배경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더케이미디어앤커머스가 맡는 역할 역시 단순한 참가기업 모집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과 제품 자료를 정리하고 중국시장 진입 가능성을 검토한 뒤 유통 파트너와 구매 조건을 협의하고, 필요한 경우 수입·규제 관련 절차를 프로젝트 단위로 관리하는 구조다. 실제 판매 이후에는 판매 데이터를 정리하고 재발주나 유통망 확대 등의 후속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많이 입점하는 것’이 아니다. 첫 단계에서는 어떤 제품이 현지 소비자에게 선택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판매량과 가격, 재구매 여부 등을 바탕으로 유통망 확대가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중국시장 진출에서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식품은 반복구매와 보관·유통 조건을 살펴야 하고, 화장품은 제품 유형과 규제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생활용품은 채널 적합성과 가격을, 전자제품은 인증과 안전요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결국 중국시장에서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중국에서 어떤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지, 어떤 규제를 적용받는지, 어느 유통채널에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지, 공급자가 지속적으로 물량을 제공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실제 사업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이번 하얼빈 파일럿은 그 과정을 5개 기업과 제한된 SKU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업 자료에 따르면 선정 제품은 중국 수입 가능성과 가격경쟁력, 실제 판매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이후 지정 구매·수입 주체와 시험발주 수량과 가격, 결제·물류 조건 등을 협의하게 된다. 물론 모집 분야에 포함됐다고 해서 중국 판매나 직접구매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 입점과 구매는 제품 적합성, 중국 수입·통관 요건, 가격경쟁력, 공급 안정성 및 구매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중국 소비시장을 바라보는 기업의 시선도 이제 이런 현실적인 질문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중국에 가져갈 수 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에서 실제로 팔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시회에서 제품을 보여주는 것은 시장진입의 한 과정일 뿐이다. 실제 매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판매 데이터를 확보하고, 재구매와 유통망 확대 가능성을 확인해야 비로소 다음 사업 판단을 할 수 있다.
한국 소비재의 중국시장 진출도 결국 제품을 많이 소개하는 경쟁보다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가까워지고 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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