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소송구조 결정 기다리다 항소이유서 기한 넘겼다면 구제 가능”…항소각하 원심 파기

항소이유서 ‘40일 제출 의무’ 시행 이후 중요한 판단…대법원, 절차 신속성보다 재판받을 권리도 함께 고려해야

민사소송에서 항소한 당사자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 법원에 소송구조를 신청하고 그 결정을 기다리다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넘겼다면, 법원은 곧바로 항소를 각하해야 할까.


대법원이 이에 대해 중요한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2026년 8월 25일 2025마7481 가등기말소 사건에서, 항소인이 소송구조신청에 대한 결정을 기다리느라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이유서를 내지 못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사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항소를 각하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한 연장’ 문제를 넘어 의미가 크다.


2024년 개정 민사소송법을 통해 도입된 항소이유서 의무제출제도가 항소심 신속화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그 제도가 당사자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로 기계적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대법원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사정 등으로 소송구조를 신청하거나 변호사 없이 직접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결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 민사 항소, 이제 항소장만 내면 끝이 아니다


이번 결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2024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도입된 항소이유서 의무제출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장에 항소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항소인은 항소기록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은 항소인의 신청에 따라 제출기간을 1회에 한해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해진 기간 또는 연장된 기간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항소법원은 결정으로 항소를 각하해야 한다. 


즉 항소를 제기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항소심에서 본안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소이유서를 법정기간 내 제출하는 것이 항소심을 계속 진행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적 요건이 된 것이다.


■ 왜 ‘40일 항소이유서’ 제도가 도입됐나


이 제도는 2024년 1월 16일 법률 제20003호로 개정된 민사소송법을 통해 도입됐다.


목적은 비교적 명확하다.


항소인이 무엇을 다투는지 조기에 특정함으로써 항소심의 쟁점을 빠르게 정리하고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뒤늦게 항소이유가 구체화되면서 재판이 장기화되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었다.


항소이유서 의무제출제도는 이를 개선해 항소심 초기에 쟁점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를 갖는다.


그러나 재판의 신속성만 강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 복잡한 항소이유서를 제한된 기간 안에 작성하지 못해 실체적 판단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채 항소가 종료될 위험이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바로 이 지점을 주목했다.


■ 대법원이 직접 언급한 ‘본인소송’의 현실


이번 결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대법원이 우리 민사소송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민사소송은 원칙적으로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당사자가 변호사 없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이른바 ‘나홀로 소송’ 또는 본인소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인이 항소심에서 요구되는 법률적 쟁점을 정확하게 정리하고 판결의 사실오인·법리오해 등을 구분해 항소이유서를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법원 역시 변호사의 도움 없이 본인소송을 진행할 경우 전문적인 법률지식 부족으로 항소이유서를 기간 내 제출하지 못하고, 그 결과 항소가 각하돼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민사소송법은 항소심의 신속한 진행뿐 아니라 항소인의 이익도 보호하기 위해 1회에 한해 제출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 사건의 핵심…항소인은 이미 ‘소송구조’를 신청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항소인은 단순히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40일을 넘긴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피고인 항소인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안에 소송구조를 신청했다.


그리고 변호사보수에 관한 소송구조결정도 실제로 내려졌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소송구조결정이 항소인에게 전달된 시점이 이미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만료된 이후였고, 항소각하결정과 함께 송달됐다.


항소인은 소송구조결정이 늦게 송달됐기 때문에 항소이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이유서가 제출기간 내 제출되지 않았고 직권조사 사유가 있거나 항소장 자체에 항소이유가 기재된 경우도 아니라는 이유로 항소를 각하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 대법원 “소송구조 결정 기다렸다면 본인 책임 아닐 가능성 크다”


대법원은 항소인이 소송구조신청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까지 이유서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소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이 이번 결정의 핵심이다.


경제적 여건 등의 문제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적법하게 소송구조를 신청한 당사자에게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전문적인 항소이유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한 뒤, 이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항소심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를 문제 삼은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러한 사정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를 근거로 제출기간을 늘릴 수 있는지를 살펴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 중요한 법리①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불변기간’이 아니다


이번 결정에서 일반 소송 당사자들이 특히 알아둘 부분이 있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불변기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402조의2 제1항에서 정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불변기간으로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법률상 ‘불변기간’은 법원이 원칙적으로 임의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엄격한 기간을 의미한다.


그런데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구별은 이번 사건의 결론과 직접 연결된다.


■ 중요한 법리② ‘추후보완’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한 경우 일반적인 소송행위의 추후보완 제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173조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소송행위를 추후 보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자체가 불변기간이 아니므로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173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간을 놓친 항소인을 구제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법원은 다른 길을 제시했다.


■ 중요한 법리③ 기간이 지난 뒤에도 제172조로 연장 가능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172조 제1항에 주목했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 항소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존재한다면, 법원은 항소인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이미 제출기간이 지난 뒤라도 제출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법리다.


단순히 “40일이 지났으니 끝”이라는 기계적인 판단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결정을 기한을 놓치더라도 언제든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인정한 것은 항소인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존재하는 특별한 상황에서의 구제 가능성이다.


■ 연장신청 받아들일지는 원칙적으로 항소법원 재량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연장을 신청했다고 해서 반드시 연장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402조의2 제2항에 따른 기간연장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원칙적으로 항소법원의 재량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기간 연장으로 재판절차가 부당하게 지연되는지, 반대로 기간을 연장해 항소인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특히 항소인이 제출기간 안에 연장신청을 했다면 그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원래 제출기간이 지나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판단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 TJ뉴스 법률분석① ‘재판의 신속성’과 ‘재판받을 권리’ 사이 균형


이번 결정의 첫 번째 의미는 소송의 신속성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는 데 있다.


항소이유서를 일정 기간 내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소송절차의 효율성이 그 자체로 최종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민사재판은 결국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판단하는 절차이고, 절차규정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해 정당한 이유가 있는 당사자가 본안 판단 자체를 받을 기회를 잃는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대법원도 이번 결정에서 항소이유서 의무제출제도로 인한 불이익이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 한 문장은 이번 결정의 헌법적 의미를 보여준다.


■ TJ뉴스 법률분석② 소송구조 제도의 실효성을 살린 판단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소송구조 제도의 실효성이다.


소송구조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소송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당사자가 법원의 도움을 받아 재판절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항소인이 법정기간 내 소송구조를 신청했음에도 법원의 결정이 늦게 내려졌다는 이유로 항소이유서를 작성할 기회 자체를 잃는다면 소송구조 제도의 취지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특히 변호사보수에 대한 소송구조를 신청했다는 것은 전문적인 법률조력을 받아 항소심을 진행하려는 목적과 연결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이러한 제도적 현실을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판단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을 수 있다.


■ TJ뉴스 법률분석③ ‘나홀로 소송’ 당사자에게 중요한 판례


이번 결정은 본인소송을 진행하는 일반 국민에게도 주목할 만하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1심 판결의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다투는 절차다.


사실오인인지, 법리오해인지, 증거판단의 문제인지, 절차상 위법인지 등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지식이 없는 당사자에게 항소이유서 작성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이 이번 결정에서 본인소송 당사자의 법률지식 부족과 그에 따른 항소각하 위험을 직접 언급한 것은 항소이유서 의무제출제도를 운영할 때 절차적 약자의 현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그렇다고 ‘40일 규정’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다만 이번 결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오해도 있다.


“항소이유서는 40일 안에 안 내도 된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원칙은 여전히 명확하다.


항소장에 항소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항소기록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연장신청을 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항소각하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나 태만으로 기간을 넘긴 모든 경우를 구제하겠다는 판례가 아니다.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무조건 항소를 각하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다는 예외적 안전장치를 확인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 실무적으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이번 결정을 실제 민사소송 절차의 관점에서 정리하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항소기록접수 통지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40일이라는 기간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둘째, 기간 내 작성이 어렵다면 아무런 조치 없이 기다리기보다 법이 허용하는 기간연장 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적극적으로 밟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소송구조신청 등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관련 신청서와 송달일자 등 그 경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이 예외적인 구제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해서 당사자가 스스로 기한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 대법원, 결국 원심 파기·환송…“왜 기한 못 지켰는지 살폈어야”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원심이 항소인의 항소를 곧바로 각하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항소인이 소송구조결정을 기다리다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넘긴 상황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소인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또는 이에 준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따라서 원심은 그러한 사유가 실제 존재하는지, 이를 토대로 민사소송법 제172조 제1항에 따라 제출기간을 늘릴 수 있는 경우인지를 먼저 살폈어야 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심리 없이 항소를 각하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했다. 


■ ‘절차를 위한 절차’가 아닌 실질적 재판청구권 보장


이번 결정은 최근 변화한 민사 항소제도를 바라보는 대법원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항소이유서 의무제출제도는 분명 신속한 재판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법정기간이라는 절차적 장치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법원의 소송구조결정을 기다리는 등 당사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한다면 ‘기한을 넘겼다’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왜 그 기간을 지키지 못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결정에서 확인된 핵심 원칙이다.


앞으로 민사 항소심 실무에서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준수 여부뿐 아니라 기간을 지키지 못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당사자의 귀책 여부, 재판청구권 보장의 필요성 등이 보다 중요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송구조를 신청한 본인소송 당사자에게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절차적 예외를 넘어, 재판의 효율성과 국민의 실질적인 사법접근권 사이에서 법원이 어떤 균형을 찾아야 하는지를 보여준 결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대법원이 공개한 2026년 8월 25일자 중요결정 요지(2025마7481 가등기말소)를 토대로 사실관계와 판시 법리를 확인한 뒤, TJ뉴스가 항소이유서 의무제출제도의 도입 배경, 본인소송과 소송구조제도, 민사소송법상 기간제도 및 헌법상 재판청구권에 미치는 의미를 추가 분석해 독자적으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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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8.30 14:07 수정 2026.08.30 14:07

RSS피드 기사제공처 : TJ뉴스 / 등록기자: 김광석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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