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학교폭력예방신문= 강민수 기자] 경주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불국사와 첨성대, 대릉원 등 역사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이 관광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골목을 걷고 음식을 맛보며 도시의 일상을 경험하려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경주 도심. 원효로의 한 골목에 들어서면 화려한 관광상품 대신 뜨겁게 달궈진 철판과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둘러앉은 풍경을 만나게 된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운수대통 닭갈비’다.
이곳의 매력은 단순히 닭갈비 한 접시에만 있지 않다. 철판 하나를 가운데 두고 가족이 마주 앉고, 직장 동료들이 퇴근 후 술잔을 기울이며, 경주를 처음 찾은 여행객이 지역 주민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다. 음식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경주의 소박한 일상과 여행의 설렘이 자연스럽게 섞여 드는 순간이다.
운수대통이 오랜 시간 지켜온 고집은 ‘연잎 숙성’이라는 독특한 조리법에 있다. 닭고기를 연잎으로 숙성해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풍미를 살리는 것이 이곳만의 자랑이다.
하지만 조리법 하나만으로 오랜 세월 손님을 유지할 수는 없는 법. 음식점은 매일 정직하게 평가받는 장소다. 어제 맛있었다고 해서 오늘의 손님이 당연히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재료를 준비하고, 변함없는 양념을 만들며, 철판의 불을 세심하게 조절하는 평범한 과정이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어야 비로소 한 식당의 역사와 시간이 쌓인다. 운수대통 역시 그 묵묵한 반복 속에서 경주와 함께 나이를 먹어왔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경주의 거리 풍경도 크게 변했다. 오래된 상점 옆으로 세련된 카페와 맛집이 들어섰고, 황리단길과 금리단길을 중심으로 젊은 여행객들의 발길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변해가는 도시의 흐름 속에서도 운수대통의 철판은 여전히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가장 흥미로운 풍경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손님들의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이곳을 찾아온 지역 단골의 옆 테이블에는 휴대전화로 음식을 촬영하기 바쁜 여행객이 앉아 있고, 또 다른 자리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닭갈비를 맛보고 있다. 한 철판 위에서 볶아지는 닭갈비처럼, 경주의 과거와 현재, 일상과 여행이 한곳에서 따뜻하게 익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