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들이 장기간 가격담합을 벌여 회사에 수백억원대 과징금과 벌금이 부과됐다면 담합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원이 이에 대해 이사들이 담합을 방지할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았다면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이사가 단순히 자신이 직접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회사 내부에서 중대한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감시·감독 및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는 2026년 8월 20일 주주 A씨가 회사 전·현직 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사건번호는 2024가합104956이다.
재판부는 피고 B에게 회사에 148억7,460만원, C와 D에게는 B과 연대해 그중 99억1,640만원, E에게는 다른 피고들과 연대해 그중 49억5,82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수백억원대 과징금 부른 철근 담합…어떻게 시작됐나
사건의 출발점은 철근 가격 담합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G사 영업팀장 등은 동종업계 직원들과 2015년 5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회의를 하거나 유선으로 연락하면서 민수철근 유통가격의 할인폭을 축소하는 등 철근 유통가격 및 직판가격을 공동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12월 이를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판단해 G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176억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청구가 기각됐고 상고도 기각되면서 처분이 확정됐다.
형사책임도 뒤따랐다.
G사는 해당 담합행위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돼 2021년 10월 벌금 5천만원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11월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 관수철근 입찰에서도 담합…318억3천만원 과징금
판결문에는 별도의 관수철근 담합도 등장한다.
G사 직원 등은 다른 업체 직원들과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조달청 입찰과 관련해 낙찰 물량을 논의하고 업체별 물량배분 비율을 협의한 뒤 입찰 전에 투찰물량과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정한 것으로 인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11월 이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해 G사에 318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관련 형사재판에서는 직원 U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벌금 500만원, 회사에는 벌금 1억원이 선고됐고 판결이 확정됐다.
민수철근과 관수철근 담합으로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과 벌금을 합하면 495억8,200만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민수철근 담합으로 과징금 176억200만원과 벌금 5천만원, 관수철근 담합으로 과징금 318억3천만원과 벌금 1억원이었다.
■ 주주가 나섰다…“회사가 입은 495억원 손해, 이사들이 배상해야”
결국 한 주주가 경영진 책임을 묻고 나섰다.
원고는 2024년 10월 G사 대표이사와 감사위원회에 피고들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방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가 과징금과 벌금을 납부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이들을 상대로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같은 해 11월 원고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자 원고는 같은 해 12월 직접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분명했다.
담합을 직접 지시하거나 실행하지 않은 이사에게 회사가 받은 과징금과 벌금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였다.
■ 이사들 “담합 지시·관여 안 했다…직원들의 개인적 일탈”
피고 이사들은 자신들이 담합을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고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고 맞섰다.
담합을 의심할 만한 사정도 없었으며 회사에는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는데도 담당 실무자들의 개인적인 일탈로 사건이 발생했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이사로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했거나 임무를 게을리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 법원 “이사는 자기 업무만 잘하면 끝나는 자리 아니다”
재판부가 제시한 법리는 기업 경영진에게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르면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하면 회사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재판부는 주식회사 이사는 자신의 담당 업무뿐 아니라 대표이사나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대표이사는 회사 영업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뿐 아니라 다른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 전반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대기업일수록 중요한 ‘내부통제’…업무분장만으로 책임 면할 수 없어
기업 규모가 커지면 대표이사 한 사람이 모든 직원의 업무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법원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부통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
고도로 분업화·전문화된 대규모 회사에서 이사들이 내부 사무분장에 따라 전문분야를 담당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다른 이사의 업무에 대한 감시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합리적인 정보·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판부는 내부통제가 단순한 회계관리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준수해야 할 각종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준수 여부를 관리하며, 위반사실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보고해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이번 판결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 TJ뉴스 분석① | ‘내부통제 규정이 있다’는 것과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은 다르다
이번 판결에서 기업들이 특히 주의해서 볼 대목은 형식적인 내부통제제도의 존재만으로 이사의 책임이 당연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주장한 내부통제시스템 상당 부분을 추상적·포괄적인 지침이나 서약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담합 예방교육 역시 일부 직원을 공정거래위원회 교육에 참석시킨 정도이고 횟수와 참석자도 극히 적었으며 나머지 교육은 담합과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런 조치만으로는 위법행위를 사전에 막고, 의심되는 정보를 수집·보고하며, 위법행위를 통제하는 장치가 실질적으로 기능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기업이 취업규칙이나 윤리강령에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문구를 두거나 임직원에게 준법서약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위험을 발견할 시스템, 이를 경영진에게 보고할 통로, 독립적인 조사절차, 위반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 재발방지 교육까지 실제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 과거에도 4차례 담합 제재…법원이 책임을 무겁게 본 이유
법원이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과정에서는 해당 회사가 속한 산업 특성과 과거 이력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재판부는 철강산업이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이고, 이 사건 철근시장은 소수 사업자가 과점시장을 형성해 담합을 형성·유지하기 쉬우며 담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커 담합 유인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이 사건 이전에도 구 G사가 1998년, 2000년, 2003년 이미 4차례 철근·철스크랩 관련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었다.
피고들도 장기간 회사에 근무했던 만큼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법원은 봤다.
따라서 담당 업무가 무엇이었는지와 별개로 담합과 임직원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정보·보고 및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제 작동하도록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법 위반 위험이 높은 산업이거나 과거 동일·유사한 위반 전력이 반복된 회사일수록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내부통제의 수준 역시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담합 모임만 122회…담당자 바뀌면 후임자에게 인수인계까지
담합의 지속성과 조직성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판결문에 따르면 일부 담합은 2010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또 다른 담합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장기간 이어졌다.
제1담합은 영업팀장들이 수시로 연락하고 평균적으로 월 1회 이상 모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2담합의 경우 관련 모임이 122회에 달했다.
특히 일부 담합은 담당자가 바뀌면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관련 내용을 인수인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그런데도 관련 직원들이 다른 임직원으로부터 특별한 제지나 견제를 받지 않았고,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일부 담합이 계속됐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이사들이 가격담합을 의도적으로 외면했거나 적어도 담합 가능성에 대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 자체 담합교육 사실상 한 차례…제보·보고시스템도 없어
내부통제의 구체적인 부실 정황도 판결문 곳곳에 나타난다.
재판부는 높은 담합 발생 가능성과 엄격한 제재 위험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2013년 10월 한 차례를 제외하고 담합 관련 자체 교육이나 임원회의 등을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준수해야 하는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위반사실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보고할 수 있는 조직이나 제보시스템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독립적인 조사 또는 징계절차 역시 제대로 마련·운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담합 적발된 뒤에도 감사 안 했다…법원이 주목한 ‘사후조치’
이번 판결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위법행위 발생 전 예방뿐 아니라 적발 이후 기업이 어떻게 대응했는지까지 내부통제 판단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담합이 적발된 뒤에도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원인을 파악하거나 책임 있는 임직원을 확인해 합당한 제재·교육을 실시한 정황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과의 만남을 제한하거나 그런 만남을 회사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최소한의 통제조치나 사후 감독조치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담합이 적발됐다면 재발 방지를 위한 첫 단계로 위법행위의 정확한 경위와 원인을 파악하고, 위법행위자를 제재하며, 재발방지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회사에 300억원 넘는 손해 끼친 직원 징계가 ‘감봉 2개월’
징계 수준도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드러난 가담자 가운데 형사처벌을 받은 직원 U만 징계를 받았는데 그 징계는 **감봉 2개월(3%)**이었다.
재판부는 직상급자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담합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3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발생시킨 직원에 대한 제재이자 재발방지 수단으로서 합당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관련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었고, 일부는 이후 승진한 사실도 판결문에 적시됐다.
기업의 내부통제는 위법행위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견 → 조사 → 책임규명 → 적정한 제재 → 재발방지로 이어져야 실질적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법원 “495억8,200만원은 회사의 손해”
재판부는 이사들이 감시의무를 소홀히 한 결과 회사가 과징금과 벌금 합계 495억8,200만원을 부과받는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라 피고들이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들은 담합으로 회사가 이익을 얻었으므로 이를 손해액에서 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업활동에서 범죄를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법 위반으로 회사가 얻은 이득을 손익상계 대상으로 인정하면 위법한 이익의 보유를 사실상 승인하고 이사의 법 위반이나 회사 범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 그렇다고 495억원 전액 물린 것은 아니다…책임 10~30% 제한
다만 법원은 피고들에게 495억8,200만원 전액을 배상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담합에 직접 가담하거나 적극적으로 조장한 것이 아니라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데 책임의 근거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그러면서도 담합은 시장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사회적 후생손실을 발생시키는 중대한 위법행위이므로 이사들의 책임을 무겁게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피고 B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30%, C와 D는 각각 20%, E는 **1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B의 배상책임은 148억7,460만원, C·D는 각각 99억1,640만원, E는 49억5,820만원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 대표이사와 일반 이사의 책임을 달리 본 이유
법원이 책임비율을 차등화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B와 C는 일정 기간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법원은 대표이사가 회사 영업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감시의무 위반 책임 역시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C의 재직기간과 실질적인 권한·영향력 등을 고려해 B보다 책임을 낮게 평가했다.
D는 담합 관련 업무를 직접 담당한 반면 E는 구매·조달을 주로 담당해 해당 담합과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사정도 고려됐다.
또 D와 E가 이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사이버감사실 제보 메뉴를 신설하고 회사 차원의 담합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역시 책임제한 요소가 됐다.
■ TJ뉴스 분석② | “나는 몰랐다”가 경영진의 면책사유가 되기 어려운 이유
이번 판결이 기업 경영진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대규모 기업에서 대표이사가 모든 직원의 이메일과 회의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위법행위를 스스로 발견하고 경영진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현대 기업의 내부통제 개념이다.
특히 담합처럼 실무자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위법행위는 최고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살펴보는 방식만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쟁업체 접촉 보고, 가격결정 과정의 승인체계, 내부제보 채널, 준법감시조직, 정기적인 위험평가, 감사 및 조사절차, 위반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징계 등이 서로 연결돼야 한다.
이번 판결의 논리에 따르면 경영진이 위법행위를 구체적으로 몰랐다는 사실이 항상 면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왜 수년 동안 그런 중대한 위법행위를 경영진이 알 수 없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내부통제시스템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 TJ뉴스 분석③ | ‘컴플라이언스’가 비용 아닌 경영진 개인의 법적 위험관리로
이번 판결은 기업의 준법경영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시사점을 준다.
과거 기업들이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를 기업 이미지 관리나 규제 대응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판결이 축적될 경우 내부통제는 회사뿐 아니라 대표이사와 이사 개인의 민사책임을 관리하는 핵심 경영시스템이라는 의미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법원은 대법원이 이사의 합리적인 정보·보고 및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작동 의무를 판시한 시점이 2008년이고, 상장회사의 준법통제기준 및 준법지원인 제도를 규정한 상법 조항도 2011년 신설됐는데 이 사건 담합이 그 이후인 2012년부터 장기간 이어졌다는 점까지 지적했다.
이는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중소·중견기업에도 시사점…‘우리 회사는 작아서’ 안심할 수 없어
이번 사건은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한 판결이지만 내부통제에 관한 기본적인 법리는 다른 기업 경영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다만 내부통제 수준은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법원 역시 이사의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와 조직, 업종, 법령상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따라서 모든 회사가 대기업과 동일한 준법감시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해당 회사의 규모와 사업 특성, 법 위반 위험에 비례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통제장치를 갖추고 있는가다.
■ ‘종이 위의 내부통제’에서 ‘작동하는 내부통제’로
이번 창원지법 판결의 의미는 결국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은 존재하는 것보다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법 위반 전력이 있거나 담합·횡령·배임·회계부정·산업안전·개인정보·환경 등 중대한 법적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경영진이 위험을 예상하고 이에 맞는 통제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기업 내부에서 수년 동안 중대한 위법행위가 계속됐는데도 대표이사와 이사가 “보고받지 못해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면 내부통제의 존재 이유 자체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질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했음에도 개별 직원이 통제장치를 의도적으로 우회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책임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향후 기업 경영진에게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한 뒤 **“나는 몰랐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알 수 있도록 어떤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가”**를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기업 준법경영이 단순한 윤리경영이나 선언적 구호를 넘어 이사의 법적 의무와 개인적인 손해배상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판결로 평가된다.
※ 이 기사는 창원지방법원 2026년 8월 20일 선고 2024가합104956 판결을 토대로 TJ뉴스가 판결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을 분석·재구성한 기사입니다. 판결의 의미에 관한 일부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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