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에는 쉬는 날이 없어야 한다.
새로운 정책보다 지금의 좋은 돌봄을 더 촘촘하게
초 고령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시행되고 있는 좋은 사업을 세심하게 살피고, 그 안의 빈틈을 메워 더욱 촘촘하게 이어가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을 위한 돌봄 사업이다.
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돌봄 특강과 실버 교육을 진행하면서 한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된다.
“돌봄에는 쉬는 날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생활 지원사와 담당자들이 어르신의 가정을 방문하고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꼭 필요한 사업이며 현장 종사자들의 수고 또한 매우 크다. 그러나 어르신의 외로움과 사고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잊을 수 없는 죽음…전화 한 통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몇 년 전,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일을 경험했다. 혼자 생활하던 한 어르신과 단짝처럼 지내던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제 저녁부터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확인 결과, 어르신은 화장실에서 넘어진 뒤 미처 구조되지 못한 채 돌아가신 상태였다. 구급대원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는 더욱 가슴 아팠다. 어르신이 쓰러진 뒤 어떻게든 일어나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이 남아 있었고, 손톱과 발톱이 심하게 상해 피까지 묻어 있었다는 것이다.
‘조금만 일찍 누군가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날 전화 한 통만 더 연결됐더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 더 자주 안부를 확인하고, 조금 더 촘촘하게 연결한다면 살릴 수 있는 생명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독거 어르신과 고령의 취약 어르신에게는 일주일에 두세 번의 확인을 넘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매일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문과 전화, 이웃과의 연결, 지역 자원봉사자, 응급 안전 장비와 스마트 기술을 적절히 조합해 어르신의 건강과 생활환경에 맞는 돌봄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다만 돌봄의 확대가 생활 지원사와 담당자의 희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주말과 공휴일까지 돌봄을 확대하려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교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추가 업무를 맡는 종사자에게는 역할과 책임에 맞는 수당과 처우도 보장해야 한다.
좋은 돌봄정책은 돌봄을 받는 어르신뿐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도 존중받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래야 돌봄이 지속될 수 있다.
“친구 한 명은 꼭 만드세요”…관계도 중요한 돌봄이다
나는 돌봄 특강을 할 때마다 어르신들에게 한 가지를 꼭 부탁드린다.
“남자, 여자 구분하지 마시고 사시는 동안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 한 명은 꼭 만드세요. 전화도 하고, 커피도 한잔하고, 밥도 함께 드세요. 서로의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가 되어주세요.”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어르신들도 수업에서 짝꿍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어디에 사세요?”
“다음에 같이 커피 한잔해요.”
강의가 끝난 뒤 실제로 함께 커피숍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가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것도 돌봄’이라고 생각한다.
돌봄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안부를 묻고 기다려주며 “오늘 괜찮으세요?”라고 전화해 주는 관계도 중요한 사회적 돌봄이다. 정책은 이러한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도와야 한다. 실버교육과 운동교실, 식사모임과 소규모 취미활동도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이 아니라 고립과 고독사를 예방하는 생활 속 안전망이 될 수 있다.
노년기에는 신체의 힘뿐 아니라 마음의 힘도 지켜야 한다. 손의 악력은 노년기 건강과 신체 기능을 살펴보는 지표로 활용된다. 그러나 손에 힘이 생기려면 마음에도 살아갈 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일 친구에게 전화해야지.”
“다음 주에 다시 수업에 가야지.”
“그 사람과 또 커피를 마셔야지.”
이러한 작은 기다림과 희망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생존 확인을 넘어 ‘살아갈 이유’를 만드는 돌봄으로
우리 사회에는 앞으로도 새로운 노인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의 이름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현재 시행 중인 돌봄사업의 빈틈을 찾아 메우는 것이다.
주말과 공휴일에 돌봄 공백으로 위험에 놓이는 어르신은 없는지, 전화 한 통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동시에 생활지원사와 돌봄 종사자들이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처우 속에서 버티고 있지는 않은지도 돌아봐야 한다.
거창한 정책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한 분의 어르신에게 전화 한 통이 더 연결되고, 한 번의 안부 확인이 더 이루어지며, 혼자 쓰러진 어르신을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서로 친구가 되어 커피 한잔과 밥 한 끼를 나누고 “내일 또 만나자”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약속이 한 사람에게는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돌봄은 비용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외로움을 덜어주며,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삶을 이어가도록 곁을 지켜주는 일이다.
이제는 돌봄의 횟수를 넘어 ‘돌봄의 연결성’을 고민해야 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어르신의 하루가 외롭지 않도록,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돌봄 종사자도 정당한 대우와 자부심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봄에는 쉬는 날이 없어야 한다. 그것이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따뜻하고 촘촘한 생명존중 정책이다.
대한 백세웃음체조 연구소 소장 이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