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오면 나무 주위로 낙엽이 진다. 나무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비가 내리든, 햇살이 비치든, 혹은 서리가 내리든, 그 모든 것은 그저 나무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사이 나무 안의 생명은 가장 깊고 내밀한 곳으로 가만히 물러난다. 나무는 죽는 것이 아니다.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어제 술자리에서도 한 고등학교 동창이 누구나 부러워하는 ㅅ 전자에 다니는 아들이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우울증 때문에 견딜 수 없다고 하더란다. 계속 다니면 자살할 것 같다고. 우리 젊은이들이 이 시대의 무한경쟁을 견딜 수 없는 한계상황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이 시대의 인간상을 ‘소진된 인간’이라고 했다. 소진은 피로와 다르다. 피로는 쉬고 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소진은 아무리 쉬고 나도 다시 일어날 수가 없다. 에너지가 다 고갈된 것이다.
나는 이 마음을 안다. 35세 교직에 있을 때, 차라리 큰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에 매달리자 힘이 다시 솟아났다. 노자는 말했다.
“도(道)는 쉬지 않는다.”
천지자연이 쉰 적이 있는가? 겉으로 보면, 쉬는 것 같아도 그는 다른 생(生)으로 다시 태어난다.
가을이 오면 나무 주위로 낙엽이 진다.
나무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
그사이 나무 안의 생명은 가장 깊고 내밀한 곳으로 가만히 물러난다.
나무는 죽는 것이 아니다.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소진된 인간은 죽는 것이 아니다. 다른 생을 준비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는 젊은이들은 자신을 완전히 죽여야 한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다. 생명은 죽고,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 한 인간의 생도 무한한 생사(生死)의 반복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