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핵심 기지와 군사공항 주변에서 군사정보를 수집하거나 군용기 교신을 감청한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 전직 인민해방군 출신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한 명은 평택 캠프 험프리스 정문 인근에서 군용물품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관련 자료와 지휘부 정보 등을 확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다른 한 명은 군산공항 인근에 장비를 설치하고 전투기와 관제탑 사이의 교신 내용을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이들의 행위에 일반이적죄 등을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집된 정보가 중국 측으로 전달됐는지와 별도의 배후 세력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40대 중국 국적자는 2021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 정문 인근에서 미군 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군장점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여성 직원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하고 군사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직원이 자료의 수집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함께 일반이적죄 등의 공범에 해당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수집 대상으로 지목된 자료에는 한미연합 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관련 자료와 미군 지휘부의 근무 정보, 지휘관 행사 사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지 내부의 무기·장비 이동 상황을 관찰하거나 촬영한 정황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수사 내용만으로 확보된 자료의 구체적인 기밀 등급이나 실제 외부 전달 여부가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와 디지털 기기 등을 토대로 정보의 취득 경위와 최종 전달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함께 구속된 60대 중국 국적자는 군산공항 인근에서 군용기 교신을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피의자는 2024년부터 한미 공군의 군사훈련 시기에 맞춰 여러 차례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지난 4월에는 군산공항에서 약 1㎞ 떨어진 호텔에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SDR) 수신기와 안테나, 노트북 등 장비를 설치한 뒤 전투기와 관제탑 사이의 교신을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압수한 장비와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하면서 관련 정보가 외부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두 피의자는 모두 과거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군 복무 당시 구체적인 직책이나 정보기관과의 연계 여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 피의자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가 군장점 사업에 필요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고, 다른 피의자 역시 군용기 교신 청취를 취미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러한 진술의 신빙성을 포함해 범행 목적과 정보 수집의 범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서로 다른 방식의 정보 수집이 동시에 적발됐다는 점이다. 평택에서는 군사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민간인과의 관계를 이용한 내부 정보 확보가 문제로 제기됐고, 군산에서는 전문 무선수신 장비를 이용한 군용기 교신 수집 혐의가 제기됐다. 경찰은 두 사건이 서로 연계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이 없으며, 각각의 정보 수집 과정과 최종 전달 경로를 별도로 확인하고 있다.
법률 적용에서도 이번 사건은 중요한 변화를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 현재 피의자들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하나인 일반이적죄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현행 형법은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지만, 2026년 3월 12일 개정된 형법에는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지령·사주 또는 의사 연락에 따라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제98조의2가 신설됐다. 해당 조항의 시행일은 2026년 9월 13일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개정 간첩죄 시행을 한 달가량 앞두고 발생한 외국 관련 군사정보 수집 사건이라는 법적 의미도 있다. 다만 형사책임은 행위 당시 적용 가능한 법률과 구체적인 범죄 구성요건에 따라 판단되는 만큼, 개정법의 존재만으로 이번 사건의 혐의가 향후 곧바로 새로운 간첩죄로 변경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편 이번 사건은 주한미군 기지와 군사공항을 대상으로 한 정보 수집 방식이 시설 주변 촬영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부 관계자 접근과 전문 통신장비 활용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캠프 험프리스와 군산공항은 한미연합방위체계에서 중요한 군사시설인 만큼 주변에서 장기간 이뤄지는 정보 수집 행위에 대한 방첩과 보안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의 실제 전달 여부와 배후 세력 존재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수사가 개인 차원의 정보 수집인지 외국 세력과 연결된 조직적 정보활동인지 여부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