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중국 하얼빈의 한중국제혁신창업센터를 찾았다. 진쉐펑(金学锋) 대표와 진타이진(金太锦) 이사를 만나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 구조와 실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서, 전시회와 상담회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중국 진출의 핵심 과제라는 점을 확인했다.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을 만나면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중국내 인허가를 마쳤다. 해외 인증도 받았다. 중국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현지 바이어와 상담도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에서 다시 막힌다. 중국에서는 이 제품을 어떤 품목으로 분류하는지, 어떤 등록 절차가 필요한지, 어느 기관과 협의해야 하는지, 등록 이후에는 누구에게 판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2일 중국 하얼빈에 있는 한중국제혁신창업센터를 직접 찾았다. 이번 방문에서는 진쉐펑(金学锋) 대표와 진타이진(金太锦) 이사를 만나 센터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하얼빈 현장에서 마주한 센터의 방향은 단순히 ‘중국 바이어를 소개하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제품을 검토하고 중국의 규제체계를 확인한 뒤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연결하고, 이후 병원이나 유통사 등 실제 시장으로 연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전시회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
진쉐펑 대표와의 대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중국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전시회 참가나 바이어 상담을 중요한 출발점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사업은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진쉐펑 대표는 힘주어 말한다. “중국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중국에서 실제 사업을 하려면 제품이 어떤 규제를 적용받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은 뒤 실제 구매자와 연결해야 합니다.”
센터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행사’보다 ‘프로젝트’다. 한 번의 상담회나 전시회로 중국시장 진출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특성과 규제환경, 시장성, 유통구조를 단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국제혁신창업센터는 하얼빈동현과학기술유한공사와 한국 ㈜아이빌트, 한국엑셀러레이터협회가 2020년 3월 공동 설립한 중국 현지 액셀러레이터로 소개하고 있다. 하얼빈을 거점으로 베이징과 선전, 상하이, 항저우, 텐진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투자유치와 B2B·B2C 거래 연결을 주요 역할로 제시하고 있다.
센터가 제시하는 주요 사업은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한곳에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인허가와 투자유치, 기업 매칭, B2B·B2C 거래 연결 등이 대표적이다.
제품을 중국시장에 맞게 다시 보는 일
바이오헬스와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특히 제품 분류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고 해서 중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관리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중국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제품이 중국 규정상 어떤 범주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진타이진 이사와의 대화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다뤄졌다. “한국 기업은 좋은 제품과 기술을 갖고 있어도 중국의 규제와 시장 구조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판매를 이야기하기보다 제품이 중국에서 어떻게 관리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접근은 중국시장 진출의 순서를 바꾼다. ‘바이어를 먼저 찾고 나중에 인허가를 준비하는 방식’에서 ‘제품과 규제환경을 먼저 확인한 뒤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센터가 제시하는 사업 구조도 이런 순서를 따른다. 제품과 품목을 먼저 검토하고 중국시장 진입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확인한다. 이후 현지 기관과 전문가, 바이어, 유통망 등을 연결해 실제 거래 가능성을 확인한다.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우리 제품을 중국에서는 무엇으로 보는가.’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그 제품을 실제로 살 중국의 고객은 누구인가’가 된다.
중국 인허가를 취득했다고 해서 제품 판매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한중국제혁신창업센터가 내세우는 모델의 특징이 드러난다. 센터는 인허가와 기업 매칭을 별개의 사업으로 보지 않고 중국시장 진입이라는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하려 한다. 진쉐펑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인허가 대행과 함께 중국 내 왕홍·MCN 판로 연계, B2B·B2C 거래 연결 등의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또한 징진지 경재권의 인허가 신속취득과 CIIE 2026 1대1 구매상담회를 연결해 중국시장 진입을 추진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진타이진 이사는 이러한 과정에서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한국에서 성공한 방식만 그대로 가져와서는 어렵습니다. 중국의 규정과 소비자, 유통구조를 이해하고 현지 파트너와 함께 사업 방식을 조정해야 합니다.” 중국시장에 제품을 가져오는 것과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품의 품질만으로 시장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규제, 가격, 유통, 구매자의 요구와 현지 파트너십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하얼빈에서 시작해 중국 여러 도시로 연결
이번 방문에서 확인한 또 하나의 특징은 하얼빈이라는 거점에 사업을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센터는 하얼빈을 기반으로 베이징과 선전, 상하이와 항저우, 그리고 톈진 등 중국 주요 지역과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관련하여 진타이진 이사는 2026년 9월 친황다오 인허가 설명회, 9월 항저우 B2B 상담회, 11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CIIE 2026 참가와 1대1 구매상담회 등이 추진 프로그램을 통하여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과 서비스 제공에 대하여 설명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면 하얼빈의 역할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하얼빈에서 기업을 만나고 사업을 준비한 뒤 중국 각 지역의 규제·유통·바이어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일종의 중국시장 진입 플랫폼 역할을 지향하는 것이다.
진쉐펑 대표와 진타이진 이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중국을 잘 아는 사람’과 ‘중국에서 실제로 사업을 연결해주는 파트너’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중국시장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는 것은 출발점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누구에게 문의해야 하는가.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가. 어느 기관과 협의해야 하는가. 등록 이후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가. 실제 바이어의 구매 의사는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중국시장 진출이 사업이 된다.
진쉐펑 대표는 센터의 역할에 대해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혼자 길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이고, 필요한 기관과 시장을 연결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진타이진 이사 역시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고 양쪽의 요구를 조율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취재하고 현장을 직접 살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전시회 이후의 시간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점이다. 전시회는 기업과 시장이 처음 만나는 공간이다. 하지만 명함을 교환했다고 거래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중국 규정에 맞게 분류하고, 필요한 등록을 진행하고, 가격을 검증하고, 구매자를 만나고,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첫 거래 이후에도 재구매가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중국제혁신창업센터가 추진하는 사업은 ‘한국 제품을 중국에 소개하는 사업’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실제 사업을 시작하도록 돕는 사업’으로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물론 아직 확인해야 할 과제도 있다. 센터가 제시하는 기업 매칭과 중국 인허가 기간, 그리고 비용 역시 제품과 품목, 시험 및 보완 절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기간 안에 허가나 매출을 보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중국 인허가를 최대 6개월 이내로 진행하는 목표가 제시돼 있지만, 이는 사업의 제시 조건으로 봐야 하며 개별 제품에대한 한국측의 문서준비와 중국에서의 실제 행정·시험·심사 기간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몇 개월이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가’보다 먼저 ‘내 제품이 중국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다음에 시장을 봐야 한다.
누가 살 것인지, 얼마에 살 것인지, 어느 채널에서 판매할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하얼빈에서 만난 한중국제혁신창업센터의 사업은 바로 이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
전시회는 시작일 뿐이다.
진짜 중국시장 진출은 전시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번 하얼빈 방문에서 확인한 것도 결국 그 점이었다. 한국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중국시장에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품을 중국의 규제체계에 맞추고, 현지 시장에서 검증하고, 실제 거래로 연결하는 실행 구조가 필요하다.
한중 경제협력이 다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이런 현장형 협력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한중국제혁신창업센터가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실제 등록과 거래, 재구매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하얼빈 현장에서 확인한 방향만큼은 분명했다. 중국시장 진출의 목표는 전시회 참가가 아니라 시장에서 제품이 팔리는 데 있어야 한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이 기사의 저작권은 이비즈타임즈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