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세가 원점이었다면 1세는 그 원점에서 세상으로 나온 첫걸음이다. 인간은 마침내 하나의 이름과 얼굴을 얻고, 누군가의 품에 안겨 세상과 첫 만남을 시작한다. 우리는 이것을 탄생이라 부른다. 그러나 21세기의 탄생은 단순히 한 생명이 태어나는 사건만은 아니다. 하나의 생명이 이 세계에 참여할 권리를 얻는 순간이며, 한 인간의 가능성이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내뱉는 울음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태어난 순수한 첫 번째 지혜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세상은 새로운 인간 하나를 얻는다. 그러나 그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인적 자원도 아니며, 사회가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야 할 작품도 아니다. 아이는 아이로서 이미 하나의 완전한 존재이며, 아직 펼쳐지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우리는 흔히 생일을 인생의 첫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명은 출생신고서에 적힌 날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부모의 사랑과 수많은 조상의 삶, 별이 남긴 원소와 지구의 시간, 셀 수 없는 우연과 인연이 겹쳐져 마침내 한 생명이 세상 앞에 선다.
21세기에는 인간이 태어나기도 전에 많은 것을 결정하는 시대다. 태어나면 어떤 교육을 받을 것인지,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대학을 가야 하는지까지 사회는 끊임없이 답을 제시한다. 이제는 인공지능까지 인간보다 먼저 인간을 분석하고, 능력을 예측하며, 미래의 가능성까지 계산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도 한 인간의 가능성을 미리 완성된 답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인간에게는 계산할 수 없는 우연이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선택이 있으며,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바꾸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21세기의 교육은 아이를 세상에 맞추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일이 되어야 한다. 남보다 빨리 걷게 하는 것보다 어디로 걸어갈 것인지 묻게 해야 하고, 정답을 많이 알게 하는 것보다 질문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 AI가 지식을 기억하고 답을 찾아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지혜, 무엇을 사랑할 것인지 선택하는 마음,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느낄 수 있는 공감이다.
‘읏인류’에게 1세는 단순히 첫 번째 나이가 아니다. ‘ㅇ’의 하늘과, ‘ㅡ’의 땅 사이에서 ‘ㅅ’의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자리, 그것이 1세다.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땅을 딛고 설 수 있는 존재가 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존재가 되는 첫 자리다. 인간은 태어난 날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태어난 날부터 평생 자신을 완성해 가는 존재이다. 그래서 1세는 가장 어리지만, 가장 오래된 생명의 기억을 품고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한 생명이 한 인간으로 만들어져 가는 첫 번째 계단이다. 그 안에 이미 존재하는 가능성이 스스로 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일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는 날, 우주는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눈을 뜬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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