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역사의 흔적을 두드리다. 전위예술가 성백 ‘길 위의 메신저’

삶과 역사의 흔적을 두드리다. 전위예술가 성백 ‘길 위의 메신저’

27년간 행위예술 및 다원예술 외길… 오는 8월 13일 퍼포먼스 아카이브 전 및 평론&아티스트 토크 개최

 부산을 기반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온 전위예술가 성백 작가(본명 조성백)가 부산문화재단의 '2026 올해의 포커스 온(Focus On)' 시각예술 부문 작가로 최종 선정됐다.

부산문화재단의 '포커스 온' 사업은 지역 예술 생태계를 견인해 온 중견 작가를 집중 조명하고, 이들의 창작 자산과 예술적 성과가 단절되지 않도록 작가 연구, 아카이빙, 브랜딩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대표적인 문화예술 육성 프로젝트다. 이번 선정을 통해 성백 작가는 향후 2년간 자신의 핵심 예술 철학인 'openARTs'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다큐멘터리 제작 및 전자 도록 출판 등 다각도의 작가 브랜딩 지원을 받게 된다.

▲퍼포먼스 중인 성백 작가2024 개인전 Messenger-on the Road ⓒ 성백

이와 함께 오는 8월 13일 오후 6시에 작가가 운영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에서 평론가 김성헌, 김종기, 이혁발 등과 성백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깊이 있게 돌아보고 공유하는 '퍼포먼스 아카이브 전'과 '평론 & 아티스트 토크'가 개최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 27년간 펼쳐온 작업 현장의 기록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미술평론가 및 관객들이 작가와 직접 만나 'openARTs' 철학과 아방가르드적 실천의 미학적 가치를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성백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부산에서 행위예술과 다원예술의 기반을 다져온 선구자다. 2007년 '한국 퍼포먼스 40년 40인'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행위예술 제3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2008년부터는 '부산국제행위예술제'를 15년간 이끌며 기획자로서도 지역 예술에 크게 기여해 왔다.

김종기 미술평론가 (철학박사, 미학/사회철학)는 성백 작가의 작업 세계에 대해 "예술을 제도 안의 자율적 형식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삶과 사회 현실 속으로 확장하려는 전위예술가"라고 평가한다. 김 평론가는 미학자 페터 뷔르거(Peter Bürger)의 아방가르드 이론을 빌려, 성백 작가가 예술과 실생활의 분리를 지양하고 '예술과 삶의 통합' 및 '사회 비판적 성찰'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성백 작가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기법은 단연 '탁본(拓本)'과 '두드림의 퍼포먼스'다. 작가에게 탁본은 단순히 고대 유물이나 비석을 복제하는 전통 기법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도시의 거리, 낡은 건물 외벽, 베를린 장벽, 총탄 자국, 하수관 덮개, 맨홀 뚜껑 등 인간 삶과 역사의 흔적이 새겨진 '역사의 주름'을 대상으로 삼는다.

먹을 적신 솜뭉치로 대상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는 퍼포먼스는 망각되거나 배제된 역사적 사건과 피지배자·피억압자들의 고통스러운 흔적을 현재의 시공간으로 소환해 내는 일종의 의식이자 기록 행위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 국한되었던 상흔은 보편적인 인류사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탁본 작업 중인 성백 작가2024 ARTsBUS프로젝트 / 베를린 장벽 기념 공원에서 ⓒ 성백

 성백 작가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인 <2019 아츠버스 월드 투어(ARTsBUS World Tour Project)>는 부산을 출발해 베를린까지 15,000km를 버스로 이동하며 유라시아를 횡단한 거대한 예술 대장정이었다.

 한국전쟁의 흔적이 남은 철원 노동당사의 총탄 자국,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우수리스크 고택, 폴란드 바르샤바의 전쟁 상흔,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의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명판, 그리고 베를린 장벽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무대로 현장 탁본 퍼포먼스를 펼치며 세계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2024년 개인전에서는 탁본 작업에 '붉은 공 던지기' 퍼포먼스를 결합하여 전위적 실험을 한 단계 더 확장했다. 붉은 공을 벽에 던져 궤적과 흔적을 남기는 행위는 미얀마 민중의 항쟁이나 부마민주항쟁, 6월항쟁 등 폭압과 지배에 저항했던 민중의 화염병과 붉은 피, 그리고 희생을 상징한다. 나아가 벽에 새겨진 붉은 공의 흔적을 인고(忍苦)를 견뎌낸 매화나무로 변형해 내며, 오랜 억압 속에서도 피어나는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퍼포먼스 중인 성백 작가2024 개인전 Messenger-on the Road ⓒ 성백
 

성백 작가의 작업은 고착된 형식을 깨고 끊임없이 흐르는 'openARTs'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형화된 예술 문법에 갇히지 않고 전통적 탁본과 퍼포먼스, 디지털 매체 및 동시대 기술을 결합하는 그의 파격적 시도는 완결된 결과물이 아닌 '생성 중인 예술'로서 깊은 울림을 준다.

아울러 부산을 기반으로 대안공간 운영 및 젊은 예술가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지역 예술 생태계의 자립적 토대를 마련해 온 그의 실천적 행보는, 그를 명실상부한 지역의 자부심이자 동시대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축으로 만들었다.

이번 '2026 부산문화재단 올해의 포커스온 작가' 선정과 함께 8월 13일 열리는 퍼포먼스 아카이브 전 및 평론&아티스트 토크는 성백 작가의 27년 전위예술 여정과 'openARTs' 철학을 밀도 있게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도로 위에서, 그리고 역사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두드리고 던지며 삶과 예술을 이어온 그의 '길 위의 메시지(Messenger on the Road)'가 앞으로 한국 미술사에 어떤 굵직한 궤적을 그려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전시 안내

전시명 :

2026 올해의 Focus On 작가 선정 프로젝트

《성백 퍼포먼스 아카이브 展》

신체의 증언, 경계를 넘는 메신저: 2000~2026

 

일시 : 2026년 8월 13일(목) ~ 8월 29일(토)

(평론가 & 아티스트 토크: 8월 13일 오후6시)

장소 :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 (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전동)

후원 :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김종기: Kim Chongki 

 

ㅇ2024.10-현재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상임이사

ㅇ2018.1-2023.12 부산민주공원 관장/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

ㅇ1981.3-1988.2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문학사

ㅇ1990.3-1992.2 부산대학교 일반대학원 철학과 문학석사

ㅇ2001.4-2007.7 독일 훔볼트 대학교 철학과 철학박사 (미학/사회철학)

ㅇ1994.-2018.12 부산대학교 외래교수(강사) 철학과, 예술문화영상학과 (미학, 예술철학 등)

ㅇ2015.3.-현재 부산교육대학교 외래교수(강사), 윤리교육과 (미학, 문화철학)

ㅇ2015-현재 상지인문학아카데미 외래교수 (<미학과 미술의 창>, <미학으로 그림읽기>, <미학으로 건축읽기> 등)

ㅇ(박사학위논문) Ästhetischer Gemeinsinn und Ästhetische Rationalität,

독일훔볼트대학교, 2007

ㅇ(비평집) ?21세기 동시대 미술 in 부산?, 상지, 2024

ㅇ(비평집) ?안창홍. 드로잉, 오래된 미래?, 부산광역시 중구문화원, 2024

ㅇ(논문) Adornos Theorie der Kunstindustrie, wiedergelesen, 대동철학회, ?대동철학? 제47집, 2009

ㅇ(논문) 「큰 이성으로서의 몸과 니체의 유물론」,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코기토? 68호, 2010

ㅇ(논문) 「하이데거의 예술론을 통한 고야 <사투르누스> 해석의 가능성에 대하여,

한국하이데거학회 ?존재론연구?, 제23집, 2010

ㅇ(논문) 「카타르시스에서 디오니소스적 긍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니체의 비극 이해 비교 연구」, 민족미학연구소, ?민족미학? 제11권 1호, 2012

ㅇ(논문) 「80년대 민중미술을 다시 생각한다-포스트모더니즘 이후와 민중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에 관한 시론」, 민족미학연구소, ?민족미학? 제11권 2호, 2012

작성 2026.08.15 15:09 수정 2026.08.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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