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오이밭까지 갈아엎는다

가뭄·폭염 겹쳐 생육 부진…오이 베어내고 다른 작물 다시 심어

사진=코스미안뉴스 / 더위와 가뭄으로 줄기가 마른 오이밭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며 밭작물 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오이 농가에서는 생육이 나빠진 밭을 똥째로 베어내고 다시 애호박을 심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올여름은 비 부족과 폭염이 겹친 고온·건조의 이중고로 토양 수분이 빠르게 마르고 작물 생육이 크게 둔화됐다.

 

오이는 수분 요구량이 많은 작물로, 물이 부족하면 생육이 떨어지고 고온이 지속되면 착과와 품질에도 문제가 생긴다. 결국 상품성이 낮은 오이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수확이 어렵다고 판단해 오이 줄기를 베어내고 다른 작물을 다시 심는 ‘재정식’까지 선택하고 있다. 종자·비료·인건비를 다시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크지만, 남은 기간 수확을 기대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기후가 농사 일정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채소류 출하량 감소로 오이·애호박·상추 등 가격은 상승하고 있으며, 폭염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히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격 상승이 곧 농가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생산량 감소와 비용 증가로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

 

경남에서는 폭염과 가뭄으로 피해 농경지가 1,900ha를 넘는 등 물 부족 문제도 현실화되고 있다. 농민들은 관정, 양수기, 급수차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작물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이 일상화될 경우, 농업은 품종 개발과 재배 방식 전환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해진다.

 

오이를 베어내고 다른 작물을 다시 심는 선택은 단순한 농사 실패가 아니라, 기후 변화 속 농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달력은 가을을 가리키지만 농촌은 여전히 폭염 속에 있다.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가격이 아니라 안정적인 기후와 비다. 적기를 놓친 농작물을 다시 심는 손길에는 변화하는 기후와 맞서야 하는 농업의 현실이 담겨 있다.

 

작성 2026.08.14 16:11 수정 2026.08.14 16:13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최현민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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