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연세예음음악학원’ 이인애 원장 |
사진 한 장이 오래 남는 공간이 있다.
아이들이 서툰 손으로 건반을 누르고, 작은 바이올린을 품에 안고, 처음에는 어색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가 어느새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곳. 영등포구 당산동의 연세예음음악학원은 그런 풍경이 매일 반복되는 공간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인애 원장은 스스로를 거창하게 소개하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에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는 그 말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됐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연주자로 무대에도 오른다.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클래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음악이 조금 더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녀가 만들고 싶은 것은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들이 아니라, 음악을 오래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 사진 = 연세예음음악학원 건물 외관 |
"저도 피아노가 하기 싫었던 아이였어요.“
이인애 원장이 처음 피아노 앞에 앉은 것은 네다섯 살 무렵이었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시작한 평범한 첫 레슨. 지금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처럼 연습하기 싫었던 시기도 있었고, 그만두고 싶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음악은 조금씩 다른 의미가 되기 시작했다. 콩쿠르에서 상을 받고, 무대에 서고, 연주를 통해 칭찬을 받으면서 피아노는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재미있는 일'이 되어갔다.
대전에서 성장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전공하며 음악을 배워왔다. 보다 넓은 음악적 환경을 경험하고 본격적으로 음악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행을 선택했다. 서울에서 음악대학 입시에 집중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지만,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은 끝에 원하던 대학교 피아노과에 진학하게 됐다.
돌아보면 그 과정 하나하나가 지금의 교육관을 만드는 중요한 경험이 됐다. 음악을 배우는 과정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기에, 학생들에게도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 ▲ 사진 = 연세예음음악학원 |
혼자 연주하는 피아노보다, 함께 만드는 음악이 좋았다.
대학 재학 중 그녀가 특히 좋아했던 수업은 앙상블이었다. 피아노라는 하나의 악기 안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바이올린과 첼로, 호른 등 서로 다른 악기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피아노과 졸업 후에는 동대학원 피아노 반주과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이후 다양한 연주자들과 음악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이어갔고, 학원을 운영하기 전에는 프리랜서 반주자로도 활동했다.
지금도 그녀의 연주 활동은 독주보다 실내악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아노 트리오를 비롯해 다양한 앙상블 무대에 꾸준히 참여하며 교육과 연주를 서로 다른 영역으로 나누기보다,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두 축으로 이어가고 있다.
▲ 사진 = 연세예음음악학원 |
"클래식이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이인애 원장이 음악교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클래식 음악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은 아름답고 깊이 있는 장르지만, 비전공자들에게는 여전히 다소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녀 역시 클래식을 전공하며 음악을 배워왔지만, 취미로 피아노를 시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음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갖게 됐다.
아이들은 악보를 정확하게 읽고 연주하는 것만큼 음악 자체를 즐기는 경험을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재즈를 연주해도 좋고, 클래식을 연주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악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음악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들이 음악을 어렵게 느끼기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피아노 앞에 앉고 싶어질까.“
요즘 그녀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도 바로 그것이다.
![]() ▲ 사진 = 연세예음음악학원 |
대상보다 더 소중했던 변화
개원한 지 1년 반. 그 짧은 시간 동안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 바이엘 첫 권부터 시작했던 아이였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결국 얼마 전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기뻐했던 순간은 상을 받던 날이 아니었다. 처음 학원에 왔을 때 말이 없고 무표정했던 아이가 조금씩 웃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콩쿠르를 준비하며 늦은 저녁까지 남아 연습하던 시간, 건반 앞에서 울기도 하고 다시 도전하기도 했던 시간. 어느새 키도 자라고, 표정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커졌다.
그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이 원장은 깨달았다. 교육은 결과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그 친구 덕분에 조금은 방향을 찾은 것 같아요.“
인터뷰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던 문장이기도 했다.
![]() ▲ 사진 = 연세예음음악학원 |
어른들도 피아노를 시작하기엔 늦지 않았다.
연세예음음악학원은 아이들이 많은 공간이지만 오전에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성인 레슨 시간이다.
아이의 어머니가 직접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전공자들도 어려워하는 곡에 도전하기도 하고, 아이는 졸업했지만 아이의 할머니는 지금도 꾸준히 학원을 다니고 있다.
성인 수강생들은 아이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해는 빠르지만 몸이 따라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조금씩 손끝이 자유로워지고, 연주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친구 같은 관계가 만들어진다. 연주회에 찾아와 응원해주고, 가끔은 작은 선물을 건네기도 한다. 교육은 어느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 ▲ 사진 = 연세예음음악학원 |
연주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학원을 운영하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무대에 선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들에게 말보다 먼저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선생님도 지금도 연주하고 있어.“
그 한마디가 아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앞으로도 연주는 계속될 예정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학생들과 함께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더 먼 미래에는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음악 영재원과 같은 교육기관도 직접 운영해 보고 싶다. 학원을 하나 더 여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교육과 연주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나의 음악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것이 그녀가 그리는 가장 큰 그림이다.
![]() ▲ 사진 = 연세예음음악학원 |
음악은 시험이 아니라 삶이어야 한다.
인터뷰 말미, 그녀는 우리나라 음악교육에 대한 생각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음악도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험을 위해 배우는 음악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 듣고 연주하고 좋아하게 되는 음악. 그런 경험이 학교와 가정에서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특히 음악을 학원이나 레슨실에서 배우는 것만큼이나 가정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경험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음악을 특별한 '공부'로만 받아들이기보다 평소 음악을 듣고, 연주를 접하고, 자연스럽게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 때 음악에 대한 친숙함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누군가에게 시켜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경험하고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아이들이 음악을 평생 가까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생각이다.
▲ 사진 = 이인애 원장 |
인터뷰를 하다 보면 전문가는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전문성을 사람의 성장보다 앞세우지 않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이인애 원장은 콩쿠르 대상보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먼저 이야기했고, 화려한 연주 경력보다 학생이 스스로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을 더 자랑스러워했다. 그녀에게 음악은 경쟁의 언어가 아니라 삶의 언어였다.
아마 그래서 연세예음음악학원은 '피아노를 배우는 곳'보다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좋은 교육은 뛰어난 연주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생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조용한 믿음은 오늘도 당산동의 작은 연습실 안에서 하나씩 자라나고 있다.
더 자세한 교육 프로그램과 연주 활동은 연세예음음악학원의 공식 블로그(당산연세예음음악학원 :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