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옥상조경 자재, 물량보다 먼저 정할 것은 양중 방식이다
옥상녹화 현장에서 자재를 발주해 본 사람이면 아는 사실이 하나 있다. 도면대로 물량을 뽑았는데도 현장에서 자재가 모자라거나, 반대로 쓰지도 못할 포장으로 잔뜩 들어와 옥상에 올리지 못하고 지상에 쌓아두는 일이 생긴다. 자재를 잘못 골라서가 아니다. 계산의 순서와 포장의 기준을 정하지 않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경량화 자체는 대개 논점이 아니다. 인공토를 쓸 것인지, 토심을 얼마로 할 것인지는 설계 단계에서 이미 검토되어 도면에 들어와 있다. 시공자와 자재 발주 담당자가 실제로 막히는 지점은 그다음이다. 무엇을 몇 루베 주문할 것인지, 그것을 어떤 포장으로 받아 어떻게 옥상까지 올릴 것인지다.

이번 칼럼의 판단 기준은 하나이다. 물량을 뽑은 다음 포장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양중 방식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포장단위와 발주 물량을 정하는 것이다.
옥상녹화는 층으로 쌓는 공정이다
지상 식재와 옥상 식재의 결정적인 차이는 아래에 흙이 아니라 건물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옥상에서는 흙을 붓기 전에 여러 겹의 자재가 순서대로 깔린다. 아래에서부터 방근시트, 배수판, 부직포, 인공토, 그리고 멀칭재다.
방근시트는 뿌리가 방수층을 뚫고 들어가는 것을 막는 자재다. 설계에 잡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설치한다. 이 층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확인하려면 위에 쌓인 흙과 식물을 전부 걷어내야 하므로, 시공 단계에서 빠뜨리면 되돌리는 비용이 가장 큰 층이다.
배수판은 빠져나온 물이 흐를 길을 만들고 동시에 일정량의 물을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옥상은 물이 고이면 그대로 하중이 되고 식물 뿌리도 상한다.
부직포는 배수판과 인공토 사이에서 흙 입자가 배수층으로 씻겨 내려가는 것을 막는 필터다. 이 층이 없으면 몇 해 지나 배수판의 물길이 흙으로 막힌다.
그 위에 인공토가 올라가고, 마지막에 멀칭재가 덮인다. 이 다섯 개 층은 각각 따로 고르는 자재가 아니라 하나의 세트로 움직인다. 실제로 인공지반 녹화 자재는 제조사가 배수판과 부직포, 인공토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자재마다 판매 규격이 달라 발주 단위가 달라진다
여기서 실무자가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나온다. 자재의 판매 단위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면적만 알면 다 계산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재마다 셈법이 다르다.
배수판은 보통 10제곱미터 단위 묶음으로 판매된다. 따라서 시공 면적을 10제곱미터로 나누어 묶음 수로 발주해야 한다. 필요한 면적이 105제곱미터라면 10묶음이 아니라 11묶음이 필요하다. 낱장 규격은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한 변이 500밀리미터인 제품이라면 한 장이 0.25제곱미터이므로 10제곱미터 묶음은 40장이 된다. 두께는 30밀리미터와 35밀리미터처럼 여러 규격이 있고, 압축하중은 제곱미터당 45톤 이상으로 표기되는 제품이 있다. 사람과 장비가 올라서는 층이므로 이 값을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부직포는 보통 2미터 곱하기 50미터, 즉 1롤 100제곱미터 단위로 판매된다. 다만 롤을 펼쳐 깔 때는 겹침이 생기므로 면적을 그대로 나눈 값보다 여유가 필요하다. 규격은 제곱미터당 200그램과 250그램처럼 중량으로 구분되며, 중량이 큰 쪽이 인장강도가 높다. 통행이 많거나 시공 중 훼손 우려가 있는 현장이라면 두꺼운 쪽을 쓴다.
방근시트 역시 제품별로 폭과 길이 규격이 정해져 있다. 설계에 반영되어 있다면 그 사양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자재별 규격은 제조사와 제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발주 전에 공급처에서 실제 포장 규격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인공토 물량은 면적, 토심, 부피 순서로 뽑는다
인공토는 면적으로 사는 자재가 아니라 부피로 사는 자재다. 계산 순서는 정해져 있다.
먼저 식재부 면적을 구역별로 산출한다. 옥상 전체 면적이 아니라 실제로 흙이 들어가는 부분만 잡는다. 다음으로 그 구역에 지정된 토심을 확인한다. 지피식물과 초화류, 관목, 소교목은 필요한 토심이 다르므로 구역마다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면적에 토심을 곱해 부피를 낸다. 단위는 현장에서 흔히 쓰는 루베, 곧 세제곱미터다.
예를 들어 식재부 면적이 100제곱미터이고 토심이 30센티미터라면 100 곱하기 0.3으로 30루베가 나온다. 이것이 설계상의 부피다. 배수용과 육성용을 나누어 쓰는 설계라면 이 부피를 두 제품으로 나누어 각각 산출한다.
설계에 조경토를 섞어 쓰도록 되어 있다면 여기서 한 단계가 더 있다. 전체 부피 가운데 조경토가 차지하는 몫만큼 인공토를 빼고 발주해야 한다. 30루베 가운데 조경토를 30퍼센트 쓴다면 조경토가 9루베, 인공토가 21루베다. 이 공제를 놓치면 인공토가 그대로 남는다. 남은 인공토는 반품도 어렵고 옥상에서 다시 내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물다짐은 표준 공정이므로 할증은 선택이 아니다
계산으로 나온 부피를 그대로 주문하면 현장에서 반드시 모자란다. 인공토는 포설한 뒤 물다짐을 하면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입자 사이의 공극이 물을 따라 메워지면서 처음 부었을 때보다 층이 내려앉는다.
이것은 현장의 관행이 아니라 제조사가 제시하는 표준 시공 순서에 들어 있는 공정이다. 앞서 든 제품의 시공 절차는 배수판 설치, 부직포 포설, 인공토 포설, 물뿌림, 다짐, 마운딩, 식재의 순서로 되어 있다. 물뿌림과 다짐이 공정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포설한 부피가 그대로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통상 30에서 35퍼센트 정도를 할증해 발주한다. 앞의 예에서 인공토가 21루베였다면 실제 발주는 27에서 28루베 선이 된다.
이 할증을 빼먹으면 마감 단계에서 토심이 부족한 상태로 드러난다. 그 시점의 추가 발주는 자재비보다 손실이 크다. 장비를 다시 부르고 양중을 한 번 더 해야 하며, 후속 공정이 그만큼 밀린다. 마운딩으로 높낮이를 주는 설계라면 그 부분의 부피도 따로 더해야 한다.

양중 방식이 포장단위를 정한다
발주 물량이 정해졌다면 다음은 포장이다. 그리고 포장단위는 취향이나 단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의 양중 장비가 정한다.
크레인을 세울 수 있는 현장이라면 톤백으로 받는 편이 빠르다. 한 번에 큰 단위로 올릴 수 있어 작업 시간이 짧다. 반대로 크레인 진입이 어려워 사다리차로 올려야 하는 현장이라면 100리터 포대로 주문해야 한다. 톤백을 사다리차로 올릴 수는 없다.
이 선택은 물량과 직결된다. 톤백이 보통 한 개에 1.5루베 기준이라면 27루베는 톤백 18개 남짓이다. 같은 물량을 100리터 포대로 받으면 270포가 넘는다. 사다리차로 270포를 올리는 작업이 몇 시간짜리 일인지, 인력을 몇 명 붙여야 하는지가 여기서 갈린다. 포장단위를 먼저 정하지 않고 물량만 넘기면 이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조경토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한다. 덤프차량으로 받아도 되는 조건인지, 아니면 원활한 양중을 위해 톤백으로 받아야 하는지를 먼저 정한다. 멀칭재 역시 옥상까지 올려야 하는 자재이므로 마찬가지다. 배수판과 부직포처럼 부피에 비해 가벼운 자재도 결국 사람 손으로 올려야 하므로 반입 계획에 함께 넣는다.


발주는 시공 2~3일 전에 넣는다
인공토와 조경토는 당일 요청으로 맞출 수 있는 자재가 아니다. 출고지에서 포장하고 상차해 현장까지 오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공 2일에서 3일 전에는 발주가 들어가야 한다.
양중 장비 일정과 자재 도착 일정은 반드시 맞물려야 한다. 크레인은 잡아 두었는데 자재가 도착하지 않으면 장비 비용이 그대로 나가고, 자재가 먼저 와서 지상에 쌓이면 보관 자리와 재차 이동 문제가 생긴다.
인공토는 깔고 끝나는 재료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인공토의 성질에서 오는 두 가지를 짚어야 한다.
첫째, 인공토는 무균 토양이라 양분이 없다. 가볍고 배수가 잘 되도록 만든 재료이지 비옥한 흙이 아니다. 인공토만 깔고 식재하면 초기 활착이 나빠지고 이후 생육도 더디다. 반드시 토양개량제나 퇴비를 함께 넣어 식재해야 한다.
둘째, 인공토는 수분이 마르면 가벼워져 바람에 날린다. 앞서 본 것처럼 마른 상태의 단위중량은 세제곱미터당 90킬로그램 수준이다. 옥상은 지상보다 바람이 강한 자리다. 포설로 공정을 끝내면 몇 달 뒤 인공토가 줄어들고 표면이 파인다. 마사토나 화산사, 우드칩, 바크 같은 멀칭재로 덮어야 한다. 옥상에서 멀칭은 보기 좋으라고 하는 마감이 아니라 인공토를 제자리에 붙잡아 두는 공정이다.

오늘은 양중 방식부터 확정한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다. 현장에 크레인을 세울 수 있는지 사다리차만 가능한지를 먼저 확인한다. 그다음 식재부 면적과 구역별 토심을 확인해 부피를 뽑고, 배수용과 육성용을 나누어 산출한다. 조경토를 섞는 설계라면 그만큼 인공토에서 공제한다. 남은 인공토 물량에 30에서 35퍼센트를 할증한다. 확정된 물량을 앞에서 정한 포장단위로 환산해 개수를 낸다. 배수판은 10제곱미터 묶음으로, 부직포는 롤 수로 따로 계산한다. 그리고 시공 2일에서 3일 전에 발주를 넣는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이 가운데 첫 번째다. 현장에 나가 크레인을 세울 자리가 나오는지 확인하고, 안 된다면 사다리차 기준으로 포장을 잡는다. 그 한 가지가 정해져야 나머지 계산이 순서대로 풀린다.
옥상녹화 자재 발주에서 사고는 대개 물량 계산이 아니라 포장과 양중에서 난다.

[ 정종일_해찬솔(주) 대표이사 ]
※ 본 칼럼은 옥상녹화 자재의 물량 산출과 발주 순서에 관한 일반적인 실무 기준을 돕기 위한 정보이다. 본문에 인용한 투수계수, 단위용적중량, 포화흡수시중량, 배수판 압축하중 등의 수치는 특정 제품의 공개 사양을 예시로 든 것이며 제조사와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할증률과 포장 규격, 양중 방식 또한 현장 여건과 장비 진입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발주 전 공급처와 현장 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