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이 최근 보도한 글로벌 AI 모델 플랫폼 OpenRouter의 주간 데이터를 보면 중국 AI 모델의 호출량이 미국 모델을 15주 연속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8월 3~9일 중국 모델의 주간 호출량은 34조2500억 토큰으로 미국의 9조1700억 토큰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해당 통계는 OpenRouter를 통해 처리된 요청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AI 산업 전체의 국가별 점유율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수치에서 주목할 대목은 중국 AI의 ‘미국 추월’ 여부보다 성능 중심이던 AI 경쟁의 기준이 비용 대비 성능과 실제 활용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AI 산업을 둘러싼 새로운 지표가 나왔다. 중국 언론이 최근 보도한 OpenRouter의 주간 데이터에 따르면 8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 동안 글로벌 AI 대모델의 총 호출량은 69조 토큰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21.48%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중국 AI 모델의 주간 호출량은 34조2500억 토큰으로 전주보다 21.76% 늘었다. 미국 AI 모델은 9조1700억 토큰으로 109.36% 증가했다.

증가율에서는 미국 모델의 상승폭이 더 컸지만 절대 호출량에서는 중국 모델이 크게 앞섰다. 중국 언론은 이를 근거로 OpenRouter 기준 중국 AI 모델의 주간 호출량이 15주 연속 미국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글로벌 모델별 순위에서도 중국 모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해당 주간 호출량 상위 4개 모델은 모두 중국 모델이었다. DeepSeek-V4-Flash-0731이 8조8300억 토큰으로 1위를 차지했고, 텐센트 Hy3가 8조500억 토큰으로 뒤를 이었다. DeepSeek-V4-Flash-0423은 5조8800억 토큰, 샤오미 MiMo-V2.5는 5조3900억 토큰을 기록했다.
특히 DeepSeek-V4-Flash-0731의 호출량은 전주보다 570% 증가한 것으로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이 수치만 보면 중국 AI가 미국 AI를 넘어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OpenRouter 1위가 곧 ‘AI 패권’은 아니다
OpenRouter는 여러 AI 모델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하는 모델 집계 플랫폼이다. 따라서 OpenRouter의 통계는 플랫폼을 거쳐 간 요청량을 중심으로 집계된다. 각 AI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 소비자용 서비스, 기업 내부 시스템, 자체 인프라에 배포된 모델의 사용량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번 데이터는 글로벌 AI 산업 전체의 국가별 시장점유율이라기보다 특정 플랫폼 생태계에서 어떤 모델이 얼마나 많이 선택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중국 모델의 높은 호출량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오히려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 산업의 경쟁 기준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성형 AI 초기에는 ‘누가 가장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가’가 핵심이었다.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와 더 강력한 추론 능력, 더 큰 모델 규모가 경쟁력의 주요 지표였다. 하지만 AI가 기업의 실제 업무에 투입되면서 기업의 질문은 달라지고 있다. ‘가장 좋은 모델이 무엇인가’에서 ‘필요한 성능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모델은 무엇인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시대, 추론 비용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변화에는 AI 에이전트의 확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한 질의응답은 한 번의 요청으로 작업이 끝날 수 있다. 반면 AI 에이전트가 문서를 분석하고 자료를 검색하거나 코드를 작성하는 등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려면 여러 단계의 추론과 도구 호출이 필요하다. AI가 기업의 일상적인 업무 도구가 될수록 토큰 사용량은 늘어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토큰당 비용과 처리 속도, 안정성, 배포 편의성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중국 모델의 가격 경쟁력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언론이 인용한 OpenRouter 자료에 따르면 중국 모델의 비용은 100만 토큰당 최저 18센트 수준인 반면 미국 모델은 4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단순 비교하면 20배 이상의 차이다. 다만 이 수치는 모델별 가격 조건과 비교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중국·미국 모델의 평균 가격 차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중국 모델의 비용 경쟁력에 대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거론된다.
첫째는 모델 개발과 학습 비용이다. 중국 일부 모델의 학습 비용이 미국 경쟁 모델보다 낮다는 분석이 중국 언론 보도에 등장한다.
둘째는 MoE(Mixture of Experts) 구조다. 이 방식은 모델 전체의 파라미터를 매번 활성화하는 대신 특정 작업에 필요한 일부 전문가 모듈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연산량을 줄이는 구조다.
셋째는 전력 공급과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비용 등 AI 인프라 측면의 비용 경쟁력이다.
다만 학습 비용과 활성화 파라미터 비율, 데이터센터 운영비용 등을 국가 단위로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개별 모델의 구조와 데이터센터 환경, 서비스 방식에 따라 실제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의 선택에서도 나타나는 변화
중국 언론이 소개한 해외 사례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 모델을 비용 측면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 AI 스타트업 Lindy는 올해 6월 Anthropic의 Claude에서 DeepSeek 모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전환 이후 추론 비용이 약 9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Vercel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에서는 중국 지푸의 개방형 가중치 모델 GLM 계열의 사용량이 출시 이후 크게 증가한 사례가 소개됐다.
이러한 사례가 의미하는 것은 중국 모델이 미국 모델보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업무별로 서로 다른 AI 모델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모든 업무에 최고 성능의 모델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문서 요약과 분류, 반복적인 데이터 처리, 코드 보조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만 확보하면 되는 업무에서는 비용이 낮은 모델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AI 산업이 성숙할수록 이런 ‘모델 다변화’는 더욱 일반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AI의 경쟁력은 ‘싸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 모델의 경쟁력을 단순한 가격 문제로만 볼 수도 없다. 중국 AI 기업들은 오픈소스 또는 개방형 가중치 모델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개발자와 기업이 직접 모델을 활용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가격이 낮고 활용의 자유도가 높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업무에 맞춰 AI 기술을 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AI 모델이 하나의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기업의 업무 시스템에 결합되는 기술 인프라가 되면서 이러한 특성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이 갖고 있는 강점도 분명하다. 최첨단 모델의 성능과 자체 서비스 생태계,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글로벌 개발자 기반 등은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이다. 따라서 현재의 데이터를 ‘중국 AI의 미국 추월’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앞으로의 승부처는 ‘최고 성능’이 아니라 ‘최적의 성능’일 수 있다. 이번 OpenRouter 데이터가 던지는 질문은 중국과 미국 가운데 누가 AI 패권을 차지했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기업들이 어떤 기준으로 AI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다. AI 산업 초기에는 최고 성능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확산되고 기업의 실제 업무에 AI가 깊숙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은 성능과 가격을 동시에 비교하게 된다. 여기에 속도, 보안, 데이터 통제권, 서비스 안정성, 개발자 생태계까지 평가하게 된다. 이런 시장에서는 특정 업무를 충분히 수행하면서 비용은 크게 낮은 모델이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중국 AI가 최근 보여주는 경쟁력도 바로 이 지점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미국보다 더 뛰어난 AI’를 만드는 경쟁만으로는 부족하다.
‘충분히 좋은 AI를 훨씬 낮은 비용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과 서비스에 확산시킬 수 있는가’가 새로운 경쟁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OpenRouter에서 중국 모델의 호출량이 15주 연속 미국을 넘어섰다는 수치는 중국 AI가 미국 AI 전체를 추월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AI 시장에서 비용 효율성과 실제 활용성이 빠르게 중요해지고 있다는 신호로는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AI 경쟁은 단일한 벤치마크 점수나 모델 순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누가 가장 강력한 모델을 만들었는가와 함께 누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게 만드는가를 봐야 한다.
중국 AI가 던지는 경쟁의 메시지는 결국 여기에 있다. AI 산업의 승부처가 ‘최고의 모델’에서 ‘가장 경제적인 모델’로 이동한다면, 중국의 비용 경쟁력은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중국 언론이 소개한 OpenRouter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분석이며, 해당 플랫폼의 통계만으로 글로벌 AI 산업 전체의 경쟁 구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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