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광양시 다압면 백운산 자락에는 11년 동안 한결같은 방식으로 농장을 가꿔 온 농부가 있다. 정도령농장을 운영하는 정상영 대표는 부모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며 도시를 떠나 산으로 돌아왔다. 그의 선택은 단순한 귀농이 아니라 가족과 자연, 그리고 정직한 농업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이었다.
오늘날 농업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중요한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과 시간,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는 농업은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다. 정상영 대표 역시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산초와 초피를 재배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농업을 이어오고 있다.
부모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귀향의 결심
정상영 대표는 농업을 처음부터 직업으로 선택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도시에서 생활하던 그는 부모가 연로해지는 모습을 보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그는 약 11년 전 고향인 광양으로 돌아와 부모 곁에서 생활하며 직접 농사를 시작했다. 자신의 손으로 땅을 일구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이 결정은 단순한 직업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운 계기였다.
정상영 대표는 "부모님의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고, 직접 흘린 땀의 결과를 보며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보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험준한 산비탈에서 시작된 농장의 역사
농장을 시작한 곳은 평탄한 농지가 아니었다. 가파른 산비탈과 돌이 많은 경사지였다. 농기계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나무를 심고 잡목을 정리하는 일은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해결해야 했다.
산초와 초피를 심기 위해서는 수많은 돌을 골라내고 비탈을 오르내리며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시간도 있었고, 혼자 농장을 관리하며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은 조금씩 변화를 만들었다. 작은 묘목은 뿌리를 내렸고, 황량했던 산비탈은 초록빛으로 채워졌다. 11년이라는 시간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이자 꾸준함의 의미를 보여 주는 과정이었다.
자연을 존중하는 재배 원칙을 이어가다
정도령농장이 위치한 광양시 다압면은 백운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산과 강이 가까운 자연환경은 다양한 농산물이 자라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정상영 대표는 재배 과정에서 자연환경을 고려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가능한 한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농장을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농산물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산초와 초피는 향이 강하고 재배 과정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작물이다. 잡초 제거와 생육 관리 등 대부분의 작업은 꾸준한 현장 관리가 요구된다. 이러한 이유로 농장은 생산량보다 품질 관리와 재배 과정의 성실함을 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백운산과 섬진강이 키워낸 지역 농산물

정도령농장의 대표 품목은 산초와 초피다. 이들 작물은 특유의 향과 풍미로 조리용 식재료와 향신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농장에서는 산초와 초피 외에도 계절에 따라 매실, 고사리, 고로쇠 등 지역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한 농산물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광양 다압면의 기후와 일교차, 백운산 자락의 자연환경은 다양한 임산물과 농산물이 자라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지역 농업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농장을 넘어 자연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정상영 대표는 앞으로 정도령농장이 단순한 생산 공간을 넘어 자연을 체험하고 지역의 농업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방문객들이 농장을 찾아 자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지역 농업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섬진강 일대 관광환경이 개선되면서 광양을 찾는 방문객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정도령농장 역시 자연 속에서 휴식과 농촌의 가치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직한 시간이 만든 신뢰
11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경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철학이 축적된 기록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결정, 험준한 산비탈을 일구며 이어 온 노력, 자연을 존중하려는 재배 원칙은 오늘의 정도령농장을 만든 기반이 됐다. 정상영 대표는 앞으로도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농업을 이어가며 소비자와 꾸준한 신뢰를 쌓아가는 농장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례는 귀농과 지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가족의 가치와 지속 가능한 농업의 의미를 함께 조명한다. 또한 광양 다압면의 자연환경과 지역 농산물의 경쟁력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도령농장의 11년은 화려한 성공담보다 꾸준한 실천이 만들어 낸 기록에 가깝다. 부모와 함께한 시간, 자연을 존중하는 재배 철학, 그리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은 농업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