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로지코리아=이거룩 기자]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면 국가 경제성장률이 최대 2%포인트가량 떨어지고, 한번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회복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언론을 단순한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가치가 아닌 부패를 막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국가 경제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유네스코와 독일국제방송아카데미, 공익저널리즘국제기금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널리즘의 가치’ 보고서를 공동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축적된 다양한 분야의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널리즘이 국가 경제와 안보, 위기 관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작성됐다. 번역본 전문은 한국신문협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널리즘은 기업의 활동 비용을 낮추고 권력의 부패를 억제함으로써 국가 전반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97개국을 비교 분석한 결과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떨어진 국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의 견제 기능이 약화되면 자원 배분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실증 데이터로 검증된 셈이다.
지역 언론의 소멸이 불러오는 경제적 파장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일상적인 취재 활동이 사라진 이른바 ‘뉴스 사막’ 지역에서는 지방정부의 재정적자가 1인당 평균 53달러 증가했다. 감시 공백으로 인해 지역 기업의 회계 부정이나 금융 법규 위반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적발 시 부과되는 제재 금액 역시 평균 15.2% 늘어났다. 반면 탐사보도는 투입된 제작비 대비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며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
독립적인 저널리즘은 허위정보 확산을 막고 국가 안보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허위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전 세계적 사회 비용은 연간 최대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공영방송이 발달하고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력이 뛰어났으며, 전 세계 GDP의 0.1% 수준에 불과한 1,263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공공 미디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난과 보건 위기 상황에서도 저널리즘은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인프라 역할을 수행했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라디오 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질병 정보가 지속적으로 전달되면서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이 연평균 7.1% 감소했다. 또한 주요 언론의 재난 보도가 추가될 때마다 국제사회의 긴급 구호 자금 유치가 수십만 달러씩 증가하는 효과도 함께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독점으로 기존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저널리즘을 도로나 전력망과 같은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향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저널리즘 재정 지원 기금 조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기업 지배구조와 지자체 재정 평가 시 지역 미디어 생태계의 건강성이 새로운 지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연구는 그동안 당위적 명분에 머물렀던 언론의 자유를 숫자와 데이터 기반의 경제적 실리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언론의 감시 기능이 마비되면 부패와 허위정보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독립적인 취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단순한 민주주의 수호를 넘어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